분당서울대병원은 의학 커뮤니케이션 자문담당 제이 패트릭 배런 교수가 '헤롤드 스완버그 어워드(Harold Swanberg Award)' 2014년 대상자로 선정, 미국의학저자협회 연례 컨퍼런스에서 수상했다고 17일 밝혔다.
'헤롤드 스완버그 어워드'는 미국 의학저자협회(AMWA) 설립자의 이름을 딴 저명한 상으로, 협회에서 의학 커뮤니케이션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인물을 추천받아 1년에 단 한 명에게만 수여하는 상이다.
현대 의학이 서양으로부터 전래된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의학은 미국, 유럽 등 의학 선진국의 성과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60년대에는 일본이, 80년대에는 한국이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었고, 이에 따라 동아시아 의학도 괄목할만한 발전을 거듭했지만 의학 선진국들은 이를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 의학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좋은 수단인 '논문'을 작성함에 있어 자국어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배런 교수는 60~70년대 일본에서의 기억을 이야기했다.
그는 "아시아전쟁 이후 미국은 일본의 적국이었고 영어는 적국의 언어였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 도쿄대에 왔을 때만 해도 모든 의학 서적은 독일어로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서양보다도 앞선 의학기술들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최초의 관절경과 폐엽 이식, 마취기술 등 서양에 알려지지 않은 고급 의학이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를 알려야 한다고 결심하게 됐다."
배런 교수는 일본 의학이 거둔 여러 성과들을 서양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도쿄대 의과대학 교수들을 설득해 영어로 논문을 작성하게 하는 한편, 충분히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서양 의학의 콧대는 높았다. 심혈을 기울여 영문으로 작성한 논문을 미국 의학저널에 제출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답변조차 받지 못했음은 물론, 이에 대해 항의하자 논문의 '영어 수준 부족(bad English)'으로 인해 게재가 거부되었다는 답변을 들었던 것이다.
배런 교수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미국 명문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미국 저널에 설명했더니 저널 다음 호에 논문을 게재했다"고 회고했다.
배런 교수의 노력 끝에 많은 일본 의학논문들이 의학 선진국들의 저널에 실리기 시작했고, 아시아계 의학논문의 성과도 차별 없이 인정받게 됐다. 배런 교수의 이러한 노력이 없었다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의 의학논문도 성과와 관계없이 상당 기간 세계적 저널 게재에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배런 교수는 일본 의학의 성과를 알리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이후,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의학에도 같은 도움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2010년부터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의학 커뮤니케이션 자문을 맡아온 배런 교수는, 영문 의학논문 작성법에 대한 강연은 물론 개인 지도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4년 한 해에만 435명에 달하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이 배런 교수로부터 의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강연을 수강했고 66명이 개인 지도를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기획조정실장은 "아시아 의학의 위상강화에 공이 큰 제이 패트릭 배런 교수님의 지도를 통해 많은 의료진이 영향력 있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며 "이번 헤롤드 스완버그 어워드 수상은 의학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하신 교수님의 업적에 합당한 결과"라고 밝혔다.
제이 패트릭 배런 교수는 현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학커뮤니케이션 자문교수역과 도쿄대 의과대학 국제 커뮤니케이션 교수직을 겸하고 있으며, 이번 수상을 통해 비(非) 미국인 최초의 헤롤드 스완버그 어워드 수상자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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