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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공육·적색육 섭취 우려할 수준 아니다"

[오송(충청북도)= 홍석근 기자] "우리나라 국민의 햄·소시지 등 가공육과 적색육 섭취 수준은 암 발생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는 과도한 가공육 섭취에 대한 경고 메시지일 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손문기 차장은 2일 충청북도 오송 식약처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햄·소시지 등의 가공육과 적색육을 각각 1군과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WHO 산하 IARC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햄·소시지 등 가공육을 담배와 석면과 같은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IARC는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로 높아지고, 적색육은 매일 100g 섭취시 암발생율이 17%씩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식약처는 우리나라 국민의 가공육과 적색육 섭취실태, 제외국 권장기준, WHO 발표내용, 육류의 영양학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섭취하는 가공육과 적색육의 섭취 수준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 우리 국민 가공육 섭취량은 1일 평균 6.0g 수준이었고, 가공육 발색 및 보존에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1일 섭취량(2009년~2010년)은 WHO의 1일섭취허용량의 11.5%에 불과했다. 적색육의 경우도 1일 평균 섭취량은 61.5g 수준이었다. 제외국의 가공육과 적색육의 섭취 권장량(영국 70g, 호주 65g~100g)과 비교했을 때도 우리 국민 1일 평균 섭취량 67.5g은 외국에서 제시한 권장량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적색육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성인 남성과 가공육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20·30대 남성의 적색육 섭취량은 2013년 기준 각각 112.4g, 106.8g이다. WHO 발표 기준 100g을 초과해 암 발생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화여대 권오란 교수(식품영양학)는 "연령별로 필요량이 다르다는 점에서 건장한 20~30대 남성의 경우 100g 이상 먹는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강원대 이상아 교수(예방의학과)도 "우리나라는 주식이 아닌 반찬류나 외식에서 섭취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섭취 증가 패턴을 봤을 때 식생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국민의 가공육 과잉 섭취 예방을 위해 가공육 육함량 표시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내년 가공육과 적색육의 섭취 가이드라인도 마련된다.


우선 올해 학계 및 관련기관 등과 함께 외국의 섭취권고기준 및 설정 근거 등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식생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하반기부터 가공육 및 적색육의 섭취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 협의체와 식품·의학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자문단을 구성해 실태조사 및 관련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며 건강과 영양적 관점에서 적정 섭취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식품을 주기적으로 실태조사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