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구지하철참사 유족을 13년 만에 만난 사연이 화제를 모으면서 이를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참사가 일어난 당시 사태 수습을 위해 3개월간 유가족들을 조용히 도왔다고 한다. 이 사실은 지난 14일 대구지하철참사 유족 박성찬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13년 만에 문 전 대표와 만났다는 박씨는 “13년 전 저는 부모님을 대구지하철 참사로 하늘나라에 보내게 됐다. 그 아픔을 갖고 하루하루가 힘든 와중에 문재인 변호사는 저랑 유가족과 함께 3개월을 사태 수습을 위해 고군분투를 해주셨다”면서 “문 변호사님께 평생의 미안함을 드디어 풀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의 글은 1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다. 해당 사실은 문 전 대표의 가까운 지인들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 전 대표가 박씨와의 사연을 따로 주변에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김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18일 트위터를 통해 “문재인 전 대표 관련 책들에 대구지하철 이야기가 나오는지 찾아본 바 그런 얘기는 없었다. 그래서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에게 물어봐 달라고 부탁하니 '물어봐도 구구하게 얘기 안 해주실 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경로를 달리 해 그 인사가 그 시기에 문 전 대표와 일했던 부산의 변호사 A씨께 여쭤봤다. 추가로 들은 얘기를 빼거나 보태지 않고 그대로 전해 본다”고 소개했다.
김 부소장에 따르면 A씨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건 2003년 2월 18일, 13년 전 오늘이었다. 그 때 대통령직 인수위 하던 때라 새정부 출범 작업에 정신이 없을 때였다”면서 “하지만 (문 전) 대표가 대구의 참사가 너무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유가족을 꼭 만나겠다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나도 대표가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을 만난 것 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그 뒤로 3개월 동안이나 교류하며 사태 수습에 관여했다는 건 이번에 그 페이스북 글을 보고 처음 알았다. 물어보니 당시 인수위나 민정수석실 사람들도 다 몰랐다고 하더라, 혼자서 하신 거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부소장은 “아니, 이런 얘기를 왜 책에 안 썼어요? 좀 알려야 되는거 아닙니까?”라고 묻자 A씨는 “그런 거 통 안 좋아하는 양반인거 알잖아. 비극적으로 가족 잃은 사람들 조금 도운 일을 자기 홍보에 이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신다"고 답했다.
A씨는 “우리도 어떨 땐 답답하다, 남들 모르게 좋은 일 많이 하시는데 그런 내용을 카드뉴스로 만들어서 쫙 돌리고 보도자료도 쓰고 싶다”며 “그런데 (문 전) 대표가 원치 않는데 어쩌겠나. 전에 우토로 마을 감사패 받은 것도 겨우겨우 알렸다. 그런 양반”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징용된 재일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일본 우토로 마을이 지난 2005년 강제 퇴거 위기에 놓였을 때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우토로 땅을 매입하는 데 기여해 우토로 주민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바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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