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트럼프 20분간 대화
北·美회담 주도권 찾기 공조
南·北 핫라인 가동될지 관심
북한의 태도변화로 북·미 대화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두고 20일 전격 핫라인(직통전화)통화를 했다. 미국시간으로는 19일 토요일 밤 10시30분이다. 북·미 간 북핵 해법을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20분간 한·미 정상이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여러가지 반응들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흔들림 없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21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을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통화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화 내용보다도 통화 사실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더 강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중 밀월 관계에 대응해 한·미 공조를 재확인하고자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한 데 대해 '시진핑 배후론' 때문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중국의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는 북·미 회담의 주도권이 미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가게 된 이유로 지목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이 앞으로는 미국에 끌려다니는 협상이 아닌 주도하는 협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종의 공수 전환이다. 북·중의 밀착을 한·미 공조 강화로 전열을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북한의 태도 변화 이후 미국을 향해 '역지사지'를 거론하며, 핵포기에 대한 북한의 불안을 미국이 이해해줘야 한다는 식의 입장을 냈던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다른 이유는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북한의 속내가 무엇인지 좀 더 파악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미 정상 통화는 대개 트럼프 대통령 업무시간대인 오전(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론 심야)에 이뤄졌다. 이번에 현지시간으로 토요일 밤 10시30분에 통화가 이뤄졌다는 건 미국 측이 더 필요로 했다는 얘기다.
시점에 구애받지 않는 통화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긴밀한 관계를 드러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미 간 북핵 해법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당초엔 문 대통령이 방미 전 핫라인 통화로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재확인한 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까지 남북 정상 간 통화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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