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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 말아요" 英카페 '수다석' 마련한 이유

외로움 극복을 위한 대화 유도, 카페에 특별 좌석 마련
영국 이어 유럽국가 '외로움 퇴치' 정책 지원 증가

"외로워 말아요" 英카페 '수다석' 마련한 이유
영국 최대 커피체인 '코스타 커피'가 처음보는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수다석을 마련했다. [사진=코스타 커피 인스타그램]

"외로움은 조용히 퍼지는 전염병이다"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선임해 주목받은 영국에서 이번에는 영국 최대 커피체인점이 외로움 줄이기에 나섰다. 매장 내 일부 테이블을 일명 '수다석'으로 만들어 초면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영국이 외로움을 국가 차원의 중대한 보건 의제로 정한 뒤에 나왔다. 지난 1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크라우치 스포츠·시민사회부 장관을 신설된 '외로움 담당' 장관으로 임명했다. 메이 총리는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외로움은 현대 생활의 슬픈 현실이 되고 있다"면서 "외로움과 관련된 통계 자료를 수립해 이를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350여 개 지점에 '수다석' 만든 英 최대 커피체인
영국 1위 커피체인점 '코스타 커피'는 이달 8일(현지시간)부터 영국 전역 350여개 매장에 '대화와 수다(chatter and natter)' 테이블을 마련했다.

이 자리는 한마디로 '합석 권장석'이다. 이곳에 앉아있으면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다가와 자연스럽게 말을 건넨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는 짧게도 길게도 이어질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25개 매장에서 수다석을 시범 도입한 코스타 커피는 성공적이었다는 자체 평가에 전국으로 이를 확대했다. 이로써 코스타 커피는 '수다 카페' 캠페인에 합류했다.

"외로워 말아요" 英카페 '수다석' 마련한 이유
수다 카페 캠페인에 동참한 영국의 카페가 100여 곳이 넘는다. [사진=수다 카페 작전 공식 트위터]

■조용히 퍼진 '수다 카페' 테이블
'수다 카페' 캠페인은 지난해 한 아이를 둔 엄마인 알렉산드라 호스킨씨로부터 시작됐다. 호스킨씨는 지난해 생후 4개월 아들을 안고 슈퍼마켓 카페에 잠시 들렀다. 지친 몸에 느닷없는 외로움이 몰려온 호스킨씨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갓 태어난 아들은 대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호킨스씨는 홀로 앉아있는 노부인과 몸이 불편해 도움을 받고 있는 청년 한 명을 발견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처럼 외로워 보였던 호킨스씨는 용기를 내 말을 걸었다. 대화의 물꼬가 터지자 세 사람은 신이 나게 얘기를 나눴다.

외로움은 물론 스트레스까지 해소한 호킨스씨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온라인에서 '수다 카페' 캠페인을 시작했다. 카페들의 협조를 받아 낯선 사람들끼리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다.

'외로움 퇴치'라는 취지에 공감한 개인 카페를 중심으로 100여 개의 카페가 '수다석'을 마련했다. 코스타 커피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최초의 체인점이다. 코스타는 "수다 카페는 정말 환상적인 아이디어"라면서 "함께하게 되어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호스킨씨는 "꼭 우정을 쌓으라는 말이 아니다"라면서 "외로울 때 다른 사람과의 짧은 소통이 하루를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로워 말아요" 英카페 '수다석' 마련한 이유
수다석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진=수다 카페 작전 공식 트위터]

■영국 이어 유럽국가 '외로움 퇴치' 관심↑
코스타가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500명 가운데 직접적인 대화를 하루 6회 이하인 사람이 50%나 됐다. 전체의 4%인 50명가량은 다른 사람과 한마디도 나누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소통이 확 줄었지만, 응답자 대다수(75%)는 사람과의 더 많은 접촉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때문에 수다석 도입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잠시 외로움도 잊고,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을 필두로 외로움 퇴치에 동조하는 국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아일랜드는 '외로움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같은 달 네덜란드 역시 외로운 노인들을 위해 2600만유로의 예산을 편성했다. 독일은 국민의 3분의 2가 외로움은 사회적으로 '중대한 문제'라고 여기고 있다. 독일 의회는 영국처럼 장관직을 신설하는 것에는 부정적이었지만, 외로움 대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관련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