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ABC - 비트코인SV 권력다툼…암호화폐 시세 급락
최근 암호화폐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 ‘비트코인캐시(BCH) 하드포크(블록체인 네트워크 분리)’는 탈중앙형 합의 알고리즘의 한계를 드러낸 ‘결정적 사건’이란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분산 시스템의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합의 알고리즘을 특정 세력이 독점하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비트코인(BTC) 하드포크와 마찬가지로, BCH 하드포크 역시 몇몇 대형 채굴자들의 해시파워(채굴에 필요한 컴퓨터 연산능력) 경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ABC’와 ‘비트코인SV’ 진영이 BCH 하드포크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는 과정에서 암호화폐 시세 급등락과 ‘작업증명(PoW)’ 방식 한계 노출 등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비트코인캐시(BCH) 하드포크가 네트워크 진화 등 새로운 가치 창출보다는 특정세력의 해시파워 등 자금력을 기반으로 한 패권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트코인캐시 전쟁으로 비트코인 연중 최저치 경신
20일 주요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BCH 하드포크 양대 축인 ‘비트코인ABC’와 ‘비트코인SV’ 간 논쟁은 각 진영의 대표주자인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와 크레이그 라이트 엔체인 수석 연구원 간 권력다툼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해시파워 기반 투표 결과에 따라 주기적으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해왔던 BCH 생태계가 최근 새로운 프로토콜 도입 여부와 블록 크기 확장 등 방법론을 놓고 팽팽히 맞서다 둘로 쪼개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은 급등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유명 암호화폐 블로거(@소셜세이브)는 “비트코인캐시 전쟁으로 인해 비트코인마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며 “채굴은 과점체제화 됐고, 비트코인은 고래(대규모 보유자)의 점유물이 되면서 탈중앙화를 논하기 힘들어 졌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일 오후 5시 40분 현재 비트코인은 4488.26달러(약 505만 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기준으로 전일대비 16.40%나 급락한 수치다. /사진=글로벌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 20일 오후 시황 갈무리
■다수의 시장 참여자 대신 소수 채굴업체가 파국 초래
특히 BCH 하드포크 사태는 다수의 시장참여자(투자자)와 관계없이 소수에 의해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가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 극단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보스코인' 프로젝트를 이끄는 블록체인OS 전명산 이사(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는 “BCH 하드포크 관련 일련의 사태에서 비트코인캐시를 보유한 사람들의 이익이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소수 입장만 관철됐다”며 “블록체인에서 다수의 이해관계를 수렴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BCH 하드포크 사태로 인해 기존 ‘작업증명(PoW)’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주로 채택하는 PoW 방식은 암호화폐 채굴 과정에서 고가의 컴퓨터 장비 등이 필요하다. 결국 세계 최대 채굴업체인 비트메인과 같은 곳이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우현 아톰릭스 대표는 “PoW가 합의방식으로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해시파워 분산이 매우 중요한데, 지금까지의 전개 과정을 보면 더욱 효율적인 해시파워를 얻기 위한 장비경쟁으로 인해 결국 해시파워 소유의 집중화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즉 대규모 시설을 갖춘 채굴업체들이 누리는 '규모의 경제' 효과만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도 "지난해 비트코인캐시(BCH)가 비트코인(BTC)으로부터 하드포크되어 나왔을 때는 BCH 측이 전면전을 피했지만, 이번에는 열세인 BCH SV 진영 측이 현재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을 모두 팔아서라도 싸우겠다고 맞서면서 시장과 네트워크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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