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도 출근하는 교사들 뭐 할까?
생활기록부 정리·교육과정안 작성 등 행정업무 등
학교급 올라갈수록 업무량도 많아져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 사진=연합뉴스
“저희(교사)는 수업하는 게 물론 가장 중요한 업무지만 그 외에도 할 일들이 많아요…방학이면 선생님들도 다 쉰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희 일주일도 못 쉬어요.”
지난해 7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교사들의 방학을 없애자'는 취지의 '교육공무원 <41조 연수>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약 1만 6000여명이 참여한 해당 게시글의 청원인은 "교사들의 방학을 보면 집 청소, 밀린 집정리, 본인 자녀들과 여행, 피부과 예약, 미용실 예약 등 개인적인 일에 그 연수라는 명분을 들이댄다"며 "세금으로 월급받아 미용실 가고 피부과 가서 점 빼고 마사지 받으며 집에서 편하게 쉬는 건 도둑질이나 다름없다"고 교사들의 방학을 묘사했다.
정말 교사들은 방학동안 출근도 안 하고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하며 편안하게 여가생활을 보내고 있을까? 이에 본 기자는 지난 11일 일선 초중고교 3곳의 교무실를 찾아가 방학에도 출근한 교사들을 만나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보고 질의했다.
#1. 서울 종로구 C중학교 A 과학선생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C중학교의 과학교사 A씨는 겨울방학이 시작한지 2주가 되어가지만 매일 학교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정리를 아직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 정리를 마치고 나면 지난해 치른 교과 수행평가의 근거자료 보관과 관련 문서 이관도 해야 한다.
“다음 주에는 오프라인 연수가 있어서 지방 출장도 가야하는데 큰일 났어요.” A 선생님은 14일부터 16일까지 ‘자유학기제’ 관련 연수를 받기 위해 전주로 출장을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사들은 1년에 의무적으로 60시간 연수를 받아야 한다”며 “학기 중에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방학 기간에 대부분 연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A 선생님은 그 외에도 졸업식과 종업식, 신입생 예비소집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나오는 교사들도 많다고 전했다. 또한 본인이 속한 부서에 따라 담당 업무가 다르다며 ‘연구부’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신학기가 시작하기 전 ‘2019 C중학교 교육과정안’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더 자주 나오시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방학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교사들도 많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A 선생님은 “다른 학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C중학교는 해외여행을 가려면 ‘국외자유연수계획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며 “교장∙교감 선생님 책상에 모든 교사의 일정이 적혀있어 장기간 해외여행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2. 서울 중구 H고등학교 B 교감선생님
H고등학교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오는 27일까지 겨울방학을 실시한다. 하지만 지난 11일 기자가 찾아간 H고 운동장에는 방학기간임에도 공을 차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B 선생님은 보충학습을 진행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약 60%)이 방학 기간에도 등교한다고 했다. 이 중 희망하는 학생들은 오후 9시까지 자율학습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B 선생님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2시까지 보충수업을 하기 때문에 담당 선생님들은 아침 7시 30분까지 출근하고 자율학습을 감독하는 선생님들의 경우 오후 9시 넘어서 퇴근한다”며 “수업이나 감독 이외에도 신학기 업무 등을 준비하기 위해 부장, 담임 선생님 등 전체 교사의 절반 정도가 매일 출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B 선생님은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의 경우 요즘이 가장 바쁜 시기라고 설명했다. 고3학생들의 대학 진학상담 뿐 아니라 학생들의 대학 입시결과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B 선생님은 “3학년 담임의 경우 수시 합불 자료도 정리하고 학생들 면접도 코치해줘야 한다”며 “그 외에도 졸업식 준비 등 해야할 일이 많다”고 전했다.
#3. 서울 용산구 C초등학교 C 교장선생님
용산구의 C 초등학교는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오는 28일까지 겨울방학 기간이다. 전화로 인터뷰에 응한 C 교장선생님은 방학 기간동안 영어캠프 등 프로그램이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 20분까지 진행되기에 담당 선생님들은 수업을 진행하고 간식 등을 준비하기 위해 출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C 선생님은 “저(교장)의 경우는 교감, 부장 선생님들과 돌아가며 하루씩 학교에 출근한다”며 오늘은 어떤 업무를 보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교 공사가 있어 관련 감독과 환경 조성 업무를 했다”고 답했다.
C 선생님은 이날(11일) “전체 교사 35명 중 11명 정도 출근해 행정 업무를 보고 있다”며 “교사들이 의무적으로 학교에 출근할 이유는 없지만 스스로 해야할 일이 있으면 출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부서별 부장 선생님들의 경우 회계 편성, 교실 재배치 등 업무로 특히 자주 출근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C 선생님은 “교무업무시스템인 ‘나이스’(NEIS)가 집에서도 접속이 가능하기에 많은 선생님들이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다”며 “일반적으로 선생님들은 방학 기간 동안 7~10일 정도 휴가를 보낸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장관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방학 기간에도 출근해 행정 업무를 보는 것에 대해 “방학 기간에 출근해 행정업무를 함으로써 자기연찬의 시간을 어느 정도 빼앗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생들을 위해 다음 학기 수업을 준비하고 생기부를 정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방학 #교사 #출근
hoxin@fnnews.com 정호진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