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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누전 감전사...법원 "신고 방치 전기안전공사, 유족에 배상"

건물 누전 신고에 일주일째 조치 안한 전기안전공사
임차인, 건물 누전 확인하려다 감전 사고
1심보다 2심에서 손해배상 인정액 줄어

건물 누전 감전사...법원 "신고 방치 전기안전공사, 유족에 배상"
태풍에 쓰러진 전봇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전기가 흐르는 건물에서 감전으로 숨진 남성의 유족이 앞서 신고를 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국전기안전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2심 모두 공사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다만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전기설비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들에 대한 위자료는 인정하지 않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2부(유상재 부장판사)는 박모씨의 유족이 한국전기안전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전기안전공사는 유족에 약 9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건물 누전 확인하려다 감전사
지난 2015년 7월 중순 태풍 낭카의 영향으로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건물의 지붕에 설치된 인입선 지지대가 무너졌다. 이 때문에 박씨가 운영하던 건물 1층 금형공장의 전선이 창고 상단의 금속판넬에 닿으면서 누전이 발생해 건물 외벽에까지 전기가 통하게 됐다.

건물 철거작업을 하던 작업자는 화장실을 쓰다가 감전을 당해 ‘건물에 전기가 흐른다’는 사실을 전기안전공사 직원에 전화로 신고했으나 공사 직원은 당일 건물에 출동하지 않았다.

일주일 뒤 박씨는 누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건물 옆 담벼락을 올라가던 중 지붕에 닿아있던 쇠파이프를 만지다 감전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에 박씨의 유족들은 전기안전공사와 건물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전기안전공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전기안전공사는 건물에 누전이 발생한다는 신고를 받은 이상 직원으로 하여금 건물에 누전여부를 확인하고 안전상의 문제를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박씨에게 알려 줄 점검계약상의 의무가 있으나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도 건물에 전기가 통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다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건물의 누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외벽을 짚다가 사고를 당한 과실이 있다”며 전기안정공사의 책임을 70%로 제한, 유족에 총 1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고 받고도 점검 안한 책임”
2심 재판부는 항소한 전기안전공사와 유족 간의 분쟁에 대해서만 다뤘다.

재판부는 “만약 공사 직원이 신고를 받고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건물을 방문해 전기설비를 점검했다면 박씨가 누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담벼락을 올라가면서 쇠파이프를 손으로 잡다가 감전 사고를 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점검계약의 당사자는 박씨와 전기안전공사라며 1심과는 달리 유족이 점검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순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1심 손해배상 인정액에서 장례비 400만원과 유족에 대한 위자료 3000만원을 뺀 약 9800만원만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