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비만이에요. 간식 좀 덜 주시고, 다이어트 시키시면 돼요."
최근 집에서 10년간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견이 쿠싱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쿠싱증후군은 강아지에게 나타나는 호르몬 질환으로,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거나 살이 찌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반려견의 배가 유난히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었지만, 평상시에 식탐이 있었던 데다 그동안 믿음으로 10년 넘게 방문했던 동물병원에서는 "반려견이 그냥 살이 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튀어나온 배를 보며 '뚱땡이'라고 놀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반려견이 축 늘어져 힘에 겨워했을 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전문적 장비를 갖춘 대형 동물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나온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반려견이 쿠싱증후군은 물론 슬개골 탈구, 담낭점액종 등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말 못하는 동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그동안 믿고 찾았던 동물병원이었다. 피검사, 초음파검사를 포함한 건강검진을 매년 했는데도 "살이 쪘을 뿐 건강하다"는 결과만 줬던 병원이 야속했으며, 그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나서 이내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두마리의 반려견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병원도 아파트 상가마다 생기는 등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적 검사기구나 전문인력을 갖춘 동물병원은 많지 않다. 이를 모르는 많은 반려인들은 믿고 찾는 동네 병원에서 '수박 겉 핥기' 식 진료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병원 진료서비스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동물병원 진료 표준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연구용역을 통해 전국 동물병원 4526개소(2018년 말 기준)에서 이뤄지는 진료현황을 조사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또 사람 의료에서 사용되는 용어 등 표준화된 진료항목 및 해외 동물진료체계 등을 조사해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동물복지가 동네 동물병원에서 먼저 이뤄지길 기대한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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