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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평양원정… 남북관계 벽만 쌓았다

29년만에 남북 축구대결
北, 경기후 녹화영상 제공
스포츠 개최 국제룰도 어겨

'무관중' 평양원정… 남북관계 벽만 쌓았다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한국과 북한의 경기가 관중석이 텅 빈채 열렸다.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이번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9년만에 열린 남북축구 평양경기가 응원단 및 취재진의 방북, 생중계 모두 무산된 가운데 결국 냉랭한 남북관계만 재확인했다는 지적이다.

15일 정부 당국자는 "경기 영상은 대표팀이 16일 오후 평양 출발 직전 북측으로부터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로 받기로 약속받았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베이징을 경유해서 인천에 도착하면 17일 새벽 1시정도 되는데 그때쯤 DVD 영상도 도착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민들이 경기영상을 보려면 17일에나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한축구협회와 정부는 이번 경기의 응원단·취재진 방북과 생중계를 위해 다양한 경로로 북측에 의사를 타진했지만 북한은 선수단 방북 문제 이외에는 일체의 답변을 하지 않으며 경기 이외의 편의제공을 사실상 거부했다.

당초 이번 평양원정은 경기 외적으로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사실상 중단된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공식대화 채널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회의는 8개월째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경기가 남북관계 진전과 개선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기도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평양 도착후 8시간 가량 대표팀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점과 북측 기자들 5명으로만 인터뷰가 진행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북한의 폐쇄적인 운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실제 네티즌들은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돼야 한다", "스포츠조차 저렇게 폐쇄적인 나라와 무슨 통일이냐" , "그렇게 호의적으로 대했는데 어이없다"며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국회의원축구연맹 회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22카타르 월드컵 2차예선 '한국-북한전'이 북한 김정은의 몽니로 유례없는 망신살 축구가 될 판"이라며 "북한의 이번 조치는 그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개최의 국제적 기본 룰마저 정면으로 거스르며 한국 축구 대표팀을 홀대하는 북한에 정부가 단호한 입장 하나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고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