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이 사람 피부를 모사해 개발한 박막 소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전력이 없어도 사람 피부의 땀샘을 흉내내 주변 환경에 따라 수축과 팽창이 자유로운 마이크로 두께의 얇은 막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박막이 향후 스마트폰과 같은 유연전자 소자의 발열을 해결하는 방열 소자나 에너지 발전소자, 미세한 제어시스템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사람의 피부 표면 온도와 비슷한 31℃에서 온도가 낮으면 팽창해 구멍이 닫히고 높으면 자동으로 열려 열 방출을 전원 없이 조절이 가능한 방열 소자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이 기술을 열전소자의 방열판으로 활용해 균일하고 높은 출력을 오래 냄으로써 무전원 유연소자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에는 기존 연구성과인 열전소자를 보강해 손목에 시계와 같은 전자장치를 착용만 하고 있어도 체온과 같은 생체정보를 주기적으로 센싱이 가능토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ETRI 신소재연구실 문승언 박사는 "향후 열전소자와 결합해 특정 부위 약물투여, 인공피부 등과 같은 웨어러블 소자의 전원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의 상용화를 2년 내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과제를 통해 SCI급 논문 10편, 국내·외 특허출원 8건, 요소 기술에 대한 기술이전 4건도 마쳤다. 이 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어드벤스드 머터리얼즈'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진은 온도에 따라 물의 흡수량이 달라지는 온도 반응성 하이드로겔을 마치'풍차'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일정 온도보다 낮으면 물을 머금어 팽창해 닫히고 온도가 높게 되면 물을 배출해 수축하는 밸브를 만들었다. 연구진이 만든 방열소자의 크기는 3㎝ x 3㎝ 크기로 인공 땀샘 2만개가 들어가 있다. 소자 두께는 70 마이크로 미터(㎛)이고 땀샘의 단위구조인 셀의 크기는 100 ㎛, 밸브는 20 ㎛ 크기의 수준이다.
박막의 구조는 두 개의 층으로 구분돼 위층은 프레임으로 단위구조 셀을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래층은 밸브 구조로 제작돼 고분자간 결합을 통해 유연한 박막 형태의 냉각 소자를 만들었고, 내부는 용매인 물로 채워지게 된다.
특히 팽창수축을 반복하는 밸브는 사람의 땀샘 크기와 유사하게 설계됐다. 연구진은 본 기술의 핵심으로 밸브구조를 설계하는 기술과 기능을 갖추기 위해 밸브를 제작하는 기술로 국내·외 특허출원을 해둔 상태다.
이 구조 성능 입증을 위해 온도에 따른 증발량을 측정한 결과 기존 박막에 비해 저온에서 증발이 30% 가량 억제됐다. 반복되는 실험에도 구조체는 일정한 성능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 인공 땀샘으로의 기능도 입증했다.
ETRI 연구진은 이 기술로 향후 크기의 대면적화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밸브의 패턴은 반도체 공정을 통해 만들어졌고 이를 고분자 재료로 복제해 만들었다.
이번 논문은 ETRI ICT창의연구소의 김준수 연구원(現 하버드 대학교 박사과정)과 문승언 박사가 각각 1저자 및 교신 저자로 참여했다.
본 연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그리고 ETRI 미래핵심도전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개발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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