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형 의장 등 업비트 운영진 1심 무죄
“검찰이 제시한 증거 불충분, 자전거래 관련 투자자피해 없어”
“암호화폐 규율공백 드러나…거래소 관리감독 규정 마련해야”
[파이낸셜뉴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출범 초기에 임의 법인계정(‘아이디 8’)을 활용해 150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장에 선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모든 증거 자료와 피의자 진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두나무가 업비트 서비스 초기에 약 2개월 간 실시한 자전 거래와 유동성 공급 등을 사기 거래로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당시 업비트 자전 거래를 통해 송 의장 등 두나무 운영진이 이익을 보거나, 투자자가 피해를 본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동성 공급 역시 업비트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암호화폐 자산 범위에서 급격한 가격변동을 막기 위해 이뤄졌다는 점을 재판부가 인정했다.
■자전 거래=비트코인 가격 부풀리기 판단 불가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1월 31일 열린 송 의장 등 두나무 운영진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전자기록위작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송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송 의장과 함께 기소된 재무이사 남모씨와 퀀트팀장 김모씨도 각각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두나무가 ‘아이디 8’로 매매 주문의 제출과 취소를 반복적으로 진행(자전 거래)한 사실이 있지만, 이를 통해 업비트 원화시장에서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인위적으로 형성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주장한 업비트 전산시스템 조작 가능성에 대해 재판부는 “두나무가 ‘아이디 8’에 허위로 비트코인을 충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동성 공급에 필요한 자금도 두나무가 여러 기업으로부터 받은 130억 원 이상의 투자금에서 활용한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고 일축했다.
■특금법 등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제도 마련돼야
하지만 업비트 정도의 자산 규모와 자율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드물다. 두나무 운영진이 일시적으로 진행한 자전 거래에 대한 무죄판결이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의 위법한 자전 거래까지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법인 한별 강민주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업비트의 특정 자전 거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불과하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 관련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 및 이에 따른 하위 법령 마련을 통해 하루 빨리 거래소에 대한 최소한의 운영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두나무 재판 과정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제도화의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졌다.
재판부는 “업비트와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외관상 주식거래와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현행법은) 암호화폐와 주식은 동일하지 않고 한국거래소와 달리 암호화폐 거래소는 국내에만 수십개가 존재한다”며 “암호화폐 거래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거래소와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같이 판단할 수 없다”고 ‘암호화폐 산업 규제 공백 상황’을 판시로 남겼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최재성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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