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사고 지정취소 전례…평가지표도 상향
조희연 지난 1월 교육감협서 "국제중 일괄폐지"
서울 2개교 지정취소시 경기 청심국제중도 영향
교총-전교조 입장 엇갈려…학부모들 반발 조짐
[서울=뉴시스]서울시교육청(사진)은 전날인 9일 오후 대원·영훈국제중에 대한 특성화중학교 지정 운영위원회 심의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이르면 이날 오전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DB). 2016.10.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정현 기자 = 서울시교육청이 이르면 10일 광진구 대원국제중학교, 강북구 영훈국제중학교의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국제중 일괄폐지를 주장해온 데다, 지난해 자율형 사립고 지정취소를 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같은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서울 두 국제중의 지정이 취소될 경우 이달 중 평가 결과가 나오는 경기, 부산의 두 국제중 평가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교원단체에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데다가 학교와 학부모들의 반발도 이어질 조짐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전날인 9일 오후 대원·영훈국제중에 대한 특성화중학교 지정 운영위원회 심의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이르면 10일 오전 중 발표된다.
국제중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특성화중학교다.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 시·도교육감이 지정한다. 5년마다 재지정 평가를 받고,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국제중 지정이 취소돼 일반중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자사고, 특목고와 유사한 체계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4년 첫 당선 당시부터 자사고, 국제중 등 특성화학교의 일반학교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고 현재까지 일관되게 국제중을 일반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조 교육감은 지난 1월 전국시도교육감 총회에서 국제중의 일반중 일괄 전환을 위해 교육부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도록 건의를 하자는 안건을 낸 바 있다.
조 교육감은 당시 총회에서 "2025년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에 따라 고교서열화가 완화됨에도 불구하고 의무교육단계에서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국제중이 남아 있는 기형적 형태가 만들어진다"며 "고교체제 개편 논의에 국제중학교 폐지안도 포함시켜 일반중학교로 일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에는 영훈국제중이 재지정 평가 결과 지정취소 기준 점수를 넘겨 지위를 올해까지 유지했다. 다만 당시에는 조 교육감이 선거를 1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었고 평가지표의 '허들'도 현재보다 낮았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인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8개 고교의 재지정 평가 결과 지정 취소를 통보했다.
교육부가 지정 취소 요청을 받아들였으나 해당 학교들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 지위를 유지했다.
올해는 2017년 평가 당시보다 기준점수가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되는 등 평가지표가 강화된 점, 교육부가 자사고·특목고의 2025년 일반고 일괄 전환 절차를 밟고 있는 점도 국제중들에게는 불리한 부분으로 꼽힌다.
국제중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교육계에서는 교육 공공성을 근거로 국제중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우려로 여론이 양분되면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교육단체들의 연대체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서교협)은 지난 8일과 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연일 열고 국제중 지정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중의 학비가 많게는 연간 1500만원에 달한다는 점, 대입 경쟁체제를 고입 시기부터 고착화한다는 점 등을 들어 국제중의 일괄 폐지를 주장한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국제중 재지정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09. park7691@newsis.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연희 서울지부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국제중은) 영어몰입교육과 교과심층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학교이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비싼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해야 한다"며 "재지정 평가가 엄정하게 진행되어 그동안 회계 및 입시 부정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두 국제중을 일반학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지부장은 이어 "부산국제중, 경기 청심국제중도 엄정한 평가를 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제중도 교육부에서 법을 개정해 일괄폐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은 진보교육감이 이념을 앞세워서 폐지를 밀어붙이고, 교육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면서 우려를 표명한다.
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특성화중학교가 획일적 교육과정으로 인한 조기유학, 중도탈락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면서 대안교육형, 국제형, 예체능형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며 "학생의 다양한 꿈과 관심, 재능에 부합하는 다양한 교육기회를 열어주는 공교육체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고 되물었다.
조 대변인은 "재지정 평가의 목적이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면 교육당국이 운영취지에 맞게 평가와 운영기준을 함께 마련하고 육성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며 "그런 노력 없이 폐지한다면 교육감의 이념에 따라 결정한 것이니 갈등을 면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 2곳에게 재지정 취소를 통보할 경우 파장은 올해 평가를 받을 예정인 부산국제중, 경기 청심국제중으로 번질 수 있다. 경남의 선인국제중은 2018년 개교한 터라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이 아니다.
자사고 재지정 취소와 이어진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일괄폐지에 따라 해당 학교들은 법적 소송에 나서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학부모들도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난해 벌어졌던 갈등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의 심의 결과 2개 국제중이 기준점수에 미달하더라도 이들 학교가 바로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청문을 거친 뒤, 20일 이내에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정 취소에 대한 신청을 받으면 50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오는 8월 중에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특성화중학교 설립 근거가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홍기석 학교혁신정책관(국장)은 서울의 재지정 평가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에서 국제중에 대한 평가 결과가 오면 제반 과정이 잘 됐는지 안 됐는지 확인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서 확인할 예정이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홍 국장은 "국제중은 자사고나 특목고처럼 그 수가 많지 않아 시행령을 고치기보다 평가를 통해 유지를 하는 방법이 나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며 "시행령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미 국제중이었던 학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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