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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들, 코로나19 속에 수수료 수입 사상최대

[파이낸셜뉴스]

투자은행들, 코로나19 속에 수수료 수입 사상최대
월간 신규 채권.주식발행, 대출 규모(단위: 조달러): 왼쪽 2007년 6월, 오른쪽 2020년 4월; 위에서부터 주식, 대출, 채권 /사진=리피니티브, WSJ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이 올해 상반기에 사상최대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코로나19 봉쇄 속에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자금확보를 위해 앞다퉈 채권과 주식을 발행하고 대출에도 손을 뻗으면서 투자은행들이 올 상반기 수수료로만 570억달러(약 68조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6월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 분석을 인용해 올해 상반기 미 투자은행들의 수수료 수입 규모가 전년동기비 9% 증가하며 사상최대 수준인 57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채권 발행 주간사 수수료가 30%, 주식 발행 주간사 수수료가 37% 폭증한 덕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투자은행들은 2018년에 기록한 반기 기준 사상최대치인 549억달러를 웃도는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자동차 업체 포드, 코로나19 핫스팟으로 떠오르며 심각한 타격을 받은 크루즈 선사 카니발, 베스트셀러 737맥스 추락에 따른 운항중단에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져 궁지에 몰린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 등이 비상 자금조달에 나선 것이 투자은행들의 배를 불려줬다.

특히 이들 기업의 채권 발행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월 회사채 매입 방침을 밝히면서 급증했고, 덕분에 투자은행들도 수수료로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방침 덕에 올들어 전세계 기업, 국가, 기구들이 채권·주식 발행 또는 대출로 조달한 자금은 모두 7조8000억달러가 넘는다.

코로나19로 투자은행들의 주 수수료 수입원인 기업 인수합병(MA&)이 타격을 받았지만 채권·주식 발행이 봇물을 이루면서 되레 이전보다 더 높은 수수료 수입을 챙기게 된 것이다.

모간스탠리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고먼은 최근 올 하반기 M&A 시장이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 크게 걱정은 안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수료 수입은 그러나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간스탠리 등 상위 5대 미 투자은행에 집중됐다. 이들은 183억달러를 수수료로 벌어들여 10년만에 2번째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주식발행 수수료 역시 짭잘했다.

투자은행들은 기업들의 주식발행 주간사로 참여배 116억달러를 벌어들였다. 2015년 이후 5년만에 최대 실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이미 발행된 주식을 거래하는 2차시장에서 대규모 주식 거래를 중개하고 거둔 수수료가 비중이 컸다.

PNC 파이낸셜이 5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지분을 매각한 것이 수수료 기준으로 최대 규모였다. 지분 매각에 주간사로 참여한 투자은행들은 1억5900만달러를 수수료로 받았다.

또 프랑스 제약업체 사노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 리제너론 지분을 매각하는데 중개기관으로 참여한 투자은행들도 6700만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T모바일이 스프린트 인수를 위해 조달한 190억달러짜리 자금조달 중개도 규모가 큰 거래였다. 중개에 나선 은행들은 1억1900만달러를 수수료로 챙겼다.

AT&T, 월트 디즈니, 포드, 카니발, 파산한 캘리포니아 전력업체 퍼시픽 개스 앤드 일렉트릭 등의 채권 발행 수수료 역시 5000만달러를 웃돌았다.

한편 이같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채무불이행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대규모 채권상각에 나선 바람에 은행들의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은행주로 구성된 KBW 은행업종 지수는 올들어 35% 급락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낙폭 6%를 크게 웃돌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