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방사선 노출로 세포 파괴하는 활성산소 제거 나노입자 개발
동물 실험서 아미포스틴 권장 투약량 360분의 1로도 효과
실험쥐의 정강이뼈와 소장를 채취해 조직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골수와 소장의 세포 손상이 적고, 재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IBS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전신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제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방사선의 의학적 활용은 물론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 우려까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입자 연구단 현택환 단장과 박경표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방사선 노출로 세포에 손상을 입히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진은 인간 소장 오가노이드를 사용해 합성된 나노입자의 방사선 보호 효과를 실험했다. 실험결과 방사선으로 DNA 손상과 세포자살, 스트레스 등 부작용이 개선됐다. 이와함께 세포 재생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했다.
또한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소량의 나노입자로도 보호 효과가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실험쥐에게 현재 쓰이는 약물인 아미포스틴 권장 투약량의 360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입자를 투여했다. 그결과 치사율 100%의 고선량 방사선 노출에도 66%가 생존했다. 이는 아미포스틴보다 약 3.3배 높은 생존율이다. 또 실험쥐의 장기 손상이 줄고, 장기 재생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도 확인했다.
현택환 단장은 "세륨-망간 산화물 헤테로 나노입자는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효과적 보호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방사선 보호제 개발을 위해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나노입자에 주목했다. 세륨산화물과 망간산화물은 활성산소와 관련된 패혈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질병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 다량 투여하면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투여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연구진은 나노입자의 구조를 제어해 활성산소 제거능력을 향상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세륨산화물 나노입자 위에 망간산화물 나노입자를 증착시킨 형태의 나노입자를 제작했다. 두 나노입자의 격자 차이로 인해 망간산화물 입자 내의 격자 간격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표면 흡착에너지가 조정됐다. 결과적으로 합성된 세륨-망간산화물 나노입자는 세륨산화물 나노입자보다 항산화 성능이 최대 5배 이상 높아졌다.
박경표 교수는 "합성된 나노입자가 임상에 적용될 수 있도록 높은 항산화 성능을 입증하는 동시에 생체 독성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6월 11일 재료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에 온라인 공개됐으며, 8월호 표지논문으로 실릴 예정이다.
한편, 방사선을 쬐면 인체 내 물 분자가 수 밀리 초(1밀리초는 1000분의 1초) 내에 분해되며 많은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활성산소는 세포에 손상을 입히고, 심각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방사선 분해로 생기는 활성산소를 빠르게 제거해 체내 줄기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방사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방사선 보호제는 아미포스틴이 유일하다. 하지만 아미포스틴은 전신이 아닌 타액선의 손상만 제한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독성에 의한 부작용 우려가 있다. 또, 고농도로 투여해야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그 마저도 30분 내로 분해돼 사용에 제약이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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