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코로나19 겹치며 민심도 이미 이반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로 레바논이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레바논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는 등 이미 경제가 무너진 상태다.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더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폭발사고로 대형 재난도 겹치며 회복불능에 빠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레바논의 경제가 지난 1975~1990년 내전 시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그리고 폭락하는 통화 등 다중고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레바논 통화인 레바논 파운드의 실질 가치는 지난 10개월간 약 80% 하락했다. 세계은행은 이미 지난해 11월에 680만 명의 인구 중 절반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된 것은 고질적인 국가 부패와 금융 실정 때문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 중순 봉쇄 조치를 시행한 후 레바논의 경제 시스템 취약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봉쇄로 인해 많은 실업자가 양산됐고 물가도 치솟아 레바논에는 식량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로 총리를 갈아치운 후 잠시 민심이 진정된 듯 보였지만 다시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기아에 내몰리면서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경제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레바논은 지난 3월에는 디폴트를 선언했다. 현재 레바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는 150%가 넘어 세계에서 3번째로 높다.
레바논의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레바논 정부는 상품을 수입할 수 없게 됐다. 은행들도 현금 인출 제한 조치를 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가졌던 긴급 구제금융 협상도 지난달 결렬됐다.
이번 폭발 사고로 미국 등이 지원을 약속했지만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중론이다.
CNBC는 "경제실정으로 민심이 악화된 가운데 레바논 정부의 관리 부실로 폭발까지 발생해 레바논 국민들의 민심 악화는 극에 달할 것이다"고 전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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