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테슬라도 액면분할, 주주친화정책 주목할 만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주식을 5대 1로 쪼갰다. 11일(현지시간) 테슬라 이사회는 5대 1 주식 액면분할을 승인했다. 1개 주식을 5개로 늘린다는 의미다. 예컨대 테슬라 주식 10주를 갖고 있다면 앞으로 50주를 배정받는 식이다. 테슬라 주가는 현재 1주당 1500달러(178만원)선이다. 현 시세대로라면 액면분할 후 300달러(35만원)선에서 살 수 있다. 황제주를 싼 값에 한결 수월하게 살 수 있으니 그동안 높은 진입장벽에 가로막혔던 소액투자자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그 덕분에 주가도 뛰면 주주에겐 이익이다.

애플도 지난달 말 1주를 4주로 액면분할했다. 창업 이후 벌써 5번째다. 현 주가가 400달러 이상인데 분할 후엔 100달러(약 12만원)에 살 수 있다. 2014년 6월 4번째 액면분할 당시 애플 주가는 90달러 초반이었다. 6년 만에 4배 넘게 뛰었다. 주목할 것은 매번 주가가 급등해 개인투자자들이 애플 주식을 쉽게 사지 못할 때마다 액면분할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분할 이후 거래수요 증가로 주가는 늘 상승세였다.

한국에서도 종종 액면분할이 이뤄진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10대 1로 액면을 분할했고, 롯데칠성은 지난해 5월 10대 1로 분할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2018년 5월에 50대 1, 곧 액면가 5000원을 1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을 단행했다. 한국 증시에서 액면 분할이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에 기여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분할 전 주당 수백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지금은 5만9000원(12일 종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 덕에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삼성전자 주식을 집중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업 수익을 더 많은 주주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액면분할은 분명 장점이 있어 보인다.

증시는 기업과 투자자가 호흡하는 장소다.
주주 환원과 투자 저변 확대를 위해 액면분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요즘 투자자들은 국내, 해외 기업을 가리지 않고 알짜기업에 투자한다. 테슬라와 애플의 액면분할 정책이 한국 증시에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