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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통큰투자' 결실, 세계 최대 반도체 라인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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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6개 크기 미래 반도체 생산 거점
180조원 투자, 4만명 고용 계획의 일환
사법리스크, 삼성 반도체 투자 걸림돌

이재용 '통큰투자' 결실, 세계 최대 반도체 라인 가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해 8월 평택2라인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차세대 반도체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사법리스크가 경영여건을 옥죄는 동안에도 이 부회장이 끝까지 밀어부친 대규모 투자의 결과물이다.

삼성전자는 30일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이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라인에서는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첨단 3세대 10나노급(1z) LPDDR5 모바일 D램이 생산된다.

세계최대 규모, 고용만 3만명

삼성전자의 평택 2라인은 연면적이 12만8900㎡로 축구장 16개 크기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평택 2라인은 이번 D램 양산을 시작으로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으로 만들어진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반도체 초격차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이번 평택 2라인은 지난 2018년 8월에 발표한 180조원 투자, 4만명 고용 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됐다. 평택 1라인에 이어 2라인에도 총 3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가 집행된다. 직접 고용하는 인력은 약 4000명, 협력사 인력과 건설인력을 포함하면 약 3만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EUV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모바일 D램은 이 부회장이 그간 특히 애정을 가지고 챙겨온 분야다. 인공지능, 5G, 자율주행용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이기 때문.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EUV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모바일 D램 양산에 성공한 것도, 막대한 투자를 결정한 이 부회장의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게 재계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 평택 2라인에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6월에는 평택 2라인 낸드플래시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평택 EUV 파운드리 라인' 구축 결정 당시 DS부문 경영진들에게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 삼성 사법리스크에 주목

삼성전자는 최근 IBM의 차세대 서버용 프로세서를 수주하는 등, EUV 기술 투자가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삼성의 이 같은 행보에 주목하면서,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에 대한 검찰의 기소 압박이 결국 한국 반도체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6월9일 이 부회장 없이는 인수합병(M&A)과 같은 전략적 투자 결정이 어려워진다고 보도 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6월19일 보도에서 검찰 수사로 사법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가중돼 삼성의 실적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니케이는 지난 1월과 5월에 대규모 투자 등 경영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의 구심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으며, 사법 리스크가 삼성의 중장기 전략 수립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도 지난해 8월 보도에서 삼성의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부회장 없이는 전략적 의사결정과 대규모 인수합병이 진행될 수 없다고 지적한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외 경쟁자들도 삼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며 "삼성의 대규모 투자가 주춤거린다면 범국가적 육성사업인 시스템반도체 경쟁력도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