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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개인사용' '치매 할머니 기부유도'…윤미향 재판 2대 쟁점

'1억 개인사용' '치매 할머니 기부유도'…윤미향 재판 2대 쟁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질의하고 있다. 2020.9.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원태성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관련한 각종 비위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의연 이사장 출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전망된다.

특히 국회의원은 형사재판에서 집행 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윤 의원 측도 재판 시작에 앞서 만반의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관리법·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혐의

먼저 검찰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허위 신청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총 1억5860만원, 서울시로부터 총 1억4370만원을 지금받는 등 보조금을 부정수령했다고 판단했다.

또 여성가족부의 각종 사업과 관련해 인건비가 아닌 일반운영비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것임에도 인건비 보조금 신청을 해 총 6520만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윤 의원은 검찰 기소 직후 낸 입장문에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요건을 갖춰 보조금을 수령하고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지원사업을 통해 활동가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받은 인건비를 단체에 기부한 사실을 부정과 사기로 왜곡·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기부금품모집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

검찰은 윤 의원이 정의연 기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윤 의원이 2015년 '나비기금'과 2019년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명목으로 1억7000여만원의 기부금을 개인계좌를 통해 받았으며, 2012~2020년 개인계좌 5개를 이용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해외여행 경비, 조의금 등 3억3000여만원의 기부금을 받은 뒤 5755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윤 의원이 2011~2018년 정대협 경상비 등 법인 계좌에서 지출 근거나 증빙 없이 개인계좌로 금원을 이체받아 사용하거나, 개인 지출 영수증을 업무 관련 지출 증빙 자료로 제출해 보전받는 등 방법으로 2098만원을, 2018~2020년 정대협 마포쉼터 운영 관련 비용 2182만원을 각각 임의로 개인계좌로 옮긴 뒤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윤 의원은 입장문에서 "검찰은 기부금품모집법 위반을 주장하고 있다"며 "정대협의 활동 취지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후원회원들의 회비로 주로 운영됐으며,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비 등 통상의 기부금과 다른 성격의 조의금마저 위법행위로 치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금에 개인계좌를 사용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과 관련해서는 "모금된 금원은 모두 공적인 용도로 사용됐고, 개인이 사적으로 유용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의 기부금 사적 유용과 관련해 시기와 방법이 상세하게 적시된 만큼 재판 과정에서 윤 의원 측이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핵심증거 또는 증인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서초동의 A변호사는 "개인계좌로 기부금을 모집하는 것은 무조건 법률 위반"이라며 "단체계좌로 기부금을 모집했더라도 이를 관할관청에 등록하지 않았다면 기부금품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연은 기부금을 받는 데 있어서 전문가들인데 이것을 몰랐다고 부정하면 자신들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준사기 혐의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길원옥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을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준사기)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2017년 11월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하는 등 총 9회에 걸쳐 7920만원을 기부·증여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 측은 "당시 할머니들은 여성인권상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했고, 그 뜻을 함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했다"며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해당 할머니의 정신적 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적용한 준사기 혐의를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다면 그간 위안부 관련 단체인 정의연을 오랜 기간 이끌어온 윤 의원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부장검사 출신 B변호사는 "형법은 심신장애가 있다고 판단할 때 그 수준을 폭넓게 본다"며 "죄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 피해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만 돼도 죄를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검찰은 업무상 배임 혐의,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 등도 적용해 윤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