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엔 단 한 건도 없었던
'정책적 사유' 58건으로 급증
정부가 역점 둔 한국형 뉴딜
남북교류사업 등 대거 면제
무분별한 추진·건전성 악화 등
일각에선 우려 목소리 커져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해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건수가 현 정부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137개 사업의 예타가 면제됐는데, 2018~2020년의 예타면제 사업만 107개(78%)에 달했다. 문재인정부 핵심 과제들이 잇따라 추진되는 과정에서 2016년에는 단 한 건도 없던 '국가정책적으로 필요한 사업' 사유가 올해만 17건으로 늘어나면서 예타면제 사유가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6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최근 5년간 예타 조사가 면제된 사업은 총 137개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2016년과 2017년 각각 18개, 12개 수준이었던 예타 면제 사업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30개로 크게 늘어났고, 2019년에는 47개 사업의 예타가 면제됐다. 2020년에도 9월 기준 예타 면제사업은 30개를 기록하고 있다.
예타 운용지침에 명시된 '국가정책적 추진' 사유로 예타가 대거 면제됐다. 국가정책적 추진을 이유로 예타가 면제된 사례는 2016년에는 한 건도 없었고 2017년에도 단 2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 16건, 2019년 25건, 2020년 17건으로 크게 늘었다. 예타가 면제된 사업 상당수가 현 정부 정책기조와 맞닿아 있는 핵심 과제들이다.
올해 문재인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한국형 뉴딜사업의 예타가 대거 면제됐다.
4조3615억원 규모에 달하는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과 노후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1조7454억원),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6830억원), 스마트 하수도관리체계 구축·운영(3642억원), 5G융합서비스 발굴 및 공공선도(1200억원), 호흡기전담 클리닉 설치운영(10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아동수당 지급(13조3611억원),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2조9707억원), 청년구직활동지원금(1조3252억원) 등도 예타가 면제된 현 정부 주요사업들이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목적으로 한 사업 상당수도 예타가 면제됐다.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사업(9조6630억원), 아동양육 한시지원사업(1조539억원),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사업(8506억원),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1000억원) 등 직접지원사업과 함께 비대면 서비스 플랫폼 구축(6634억원), 초·중등 온라인교육 인프라 구축(5918억원), 데이터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2016억원)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목적으로 예타절차가 생략됐다.
남북교류협력 사유의 예타면제는 2건으로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2조8520억원)과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사업(5179억원)이다.
현 정부 들어 예타 평가항목이 사회적가치 중심으로 재편되고, 경제성 평가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2019~2020년 9월 말까지 예타가 실시된 42개 사업 가운데 경제성 기준치인 BC 비율이 1.0을 하회했음에도 예타를 통과한 사업은 12개로 전체 사업의 30%에 육박했다. 이는 지역균형·정책성 등 정성적 평가항목인 AHP가 기준치인 0.50을 넘어 사업에 타당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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