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부터 강정정수장 수돗물 공급 일시 중단…인근 정수장 물로 대체
여과시설 노후화 미세 유충 걸러내지 못해…시설 재가동 한 달 이상 소요
최승현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28일 도청 기자실에서 지난 18일 첫 발생한 제주 서귀포 강정정수장 유충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사진=제주도 제공]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 수돗물을 삼다수 수준의 수질로 관리하겠다던 제주도가 불과 3개월 만에 고개를 숙였다. 최승현 제주도 행정부지사는 28일 도청 기자실에서 수돗물 유충 발생 대책에 따른 브리핑을 갖고 “도민과 관광객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려 너무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제주도가 수돗물 유충 발생 사태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유충이 확인된 지난 18일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되레 지난 7월 인천시를 비롯해 타 시·도에서 발생한 수돗물 유충 사태 당시에는 “수돗물은 도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제주 수돗물을 삼다수 수준으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주도는 깔따구 유충이 발생한 서귀포시 강정정수장에 대해 유출 차단을 위해 다음 달 1일 오후 6시부터 운영을 일시 중단한다.
도는 유충 발생 즉시 환경부와 함께 강정 정수장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강정정수장에 이물질을 걸러내는 여과지가 설치된 지 33년이나 됐고, 확인된 유충이 2㎜ 안팎으로 작아 완벽한 차단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원인규명·재발방지 역학조사 속도
도는 이에 따라 정밀 여과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시설 개선을 완료한 후 유충이 나오지 않으면 정수장을 재가동할 예정이다.
또 하루 2만1000ℓ리터를 서귀포시 동 지역 주민 3만1000여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강정정수장 운영 중단에 대비해 인근 정수장 4곳(어승생·회수·토평·남원)에서 물을 끌어와 공급하는 수돗물 공급체계 전환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도는 특히 수계전환 과정에서 관로 점검, 관로 세척, 수질검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강정정수장 수돗물 유충 유입을 완전히 차단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된다.
강정정수장 수돗물에서 발견된 ‘타마긴털깔따구’ 유충 [사진=제주도 제공]
현공언 도 상하수도본부장은 “현재 강정정수장에 설치된 여과지로는 미세 유충을 걸러낼 수 없어 정밀 여과장치를 긴급 발주한 상태”라며 “정밀 여과장치 제작에 3주일, 설치에 1주일이 걸린다. 시범운영까지 고려하면, 강정정수장 재가동은 1개월 이상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 부지사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평소와 달리 간헐적으로 탁수가 발생하고 수압이 약해지는 등 생활 불편이 발생할 수 있고, 필요하면 급수량을 조절할 수 있음을 양해해달라”밝혔다. 이어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를 계기로 상수도 관리 시스템을 종합적이고 정밀하게 점검하고 기술진단을 하겠다”며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와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도는 강정정수장과 강정천 취수원 유충 발생에 따른 도민 불안감 해소, 명확한 원인 규명,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 역학조사반도 꾸렸다.
앞서 국립생물자원관 정밀조사에서는 발견된 유충은 ‘타마긴털깔따구’, ‘깃깔따구속’, ‘아기깔따구속’ 등 3종의 깔따구 유충으로 확인됐다. 크기가 2㎜ 내외로, 앞서 인천 정수장에서 발견된 유충(10~15㎜)보다 작다.
도내에서는 지난 18일 이후 27일까지 오후 5시까지 총 89건의 유충 의심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현장 조사 결과 이중 63건이 실제 유충으로 확인됐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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