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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긋지긋한 추·윤 갈등, 문 대통령이 풀어야

코로나 블루 위로는커녕
11개월 내내 부아만 돋아

[fn사설] 지긋지긋한 추·윤 갈등, 문 대통령이 풀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인권적 보안처분제도 및 의무이행소송 도입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장관(62)과 윤석열 검찰총장(60) 간 갈등이 폭발했다. 추 장관이 취임(1월 3일)한 뒤 열한달 내내 바람 잘 날이 없다. 이 기간은 코로나 사태와 겹친다. 2~3월에 1차 대유행이 있었고, 지금은 3차 대유행이 진행 중이다. 위로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추·윤 갈등은 온 국민을 짜증으로 몰아넣었다. 한마디로 지긋지긋하다. 두 사람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추 장관은 24일 윤 총장을 상대로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렸다. 헌정 사상 처음이다. 즉각 반발이 일었다. 윤 총장 본인은 26일 직무집행정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전국 고검장 6명, 검사장 17명도 26일 추 장관에게 판단 재고를 건의했다. 젊은 평검사들도 들썩댄다. 중립적인 대한변호사협회도 26일 성명에서 "법무부 장관의 조치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재고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편싸움이 한창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라며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당에서 검토해달라"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 국민의힘은 26일 "윤석열·추미애 두 사람을 동시에 국정조사하자"고 맞받아쳤다.

길을 잃었을 땐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 작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크게 두가지를 주문했다. 하나는 검찰개혁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검찰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다"며 "내부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조직 논리보다 국민 눈높이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권력형 비리 척결이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해서 국민의 희망을 받았다"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세력의 눈에는 윤 총장이 온통 권력형 비리 척결에만 힘을 쏟는다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렇다면 임명권자가 총장을 불러서 검찰개혁에 대한 주문을 상기시키는 게 순리다. 이 절차를 건너뛴 채 법무장관이 함부로 칼을 휘두르니 온 나라가 시끄럽다.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막중한 자리다. 이런 사람의 직무를 비상 시국도 아닌데 일개 국무위원인 법무장관이 돌연 정지시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지난달 22일 당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전격 사퇴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서 "시민들은 검찰개혁이나 추미애·윤석열로 시작되는 소식보다 코로나 확진자가 감소하고 경기가 좋아졌다는 뉴스를 학수고대한다"며 "국민을 편하게 해드리는 집권세력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맞는 얘기다.
검찰개혁 대의는 좋다. 하지만 '코로나 블루' 시대에 꼭 이렇게 우당탕탕 깨지는 소리를 내야 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실타래를 풀 사람은 문 대통령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