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등 가림막 없는 고사장 많고 1.5m 거리두기 제대로 지켜질지도 의문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첫 논술고사가 시작된 4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고사장앞에 줄서서 입장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논술 시험지가 커서 가림막 설치는 어려워요”
“모든 고사장에서 1.5m 거리두기 지키기는 어렵죠”
4일 서울 시내 대학 입학처 담당자에게 논술고사 방역대책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수능이라는 큰 산을 넘은 수험생들은 이제 ‘논술장 방역’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숭실대, 5일 성균관대·한양대 등을 시작으로 대학마다 1만명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방역이 미흡해 보이는 탓이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수능과 달리 논술 등 대학별고사는 방역 수칙도, 응시 기준도 대학별로 제각각이다.
대표적으로 가림막 설치다. 실제 몇몇 서울 소재 대학 입학처에 확인한 결과, 논술 고사장에 가림막을 설치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당장 내일(5일) 논술 시험을 실시하는 경희대, 오는 12~13일 시험을 보는 이화여대가 이에 해당한다. 각각 약 2만3000명, 1만2000명의 응시생이 몰리는 대학들이다. “논술 전형은 결시율이 30~40% 정도로 높아서 거리두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림막은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고사장별 거리두기 지침이 제대로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수능 시험장은 ‘24개’ 책상이라는 일괄 기준이 적용됐지만, 대학마다 또 대학 고사장별로 크기가 달라 1.5m 거리두기가 제대로 이행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1.5m 거리두기를 최대한 준수하려 했으나, 수능장에서도 그렇듯 개인 간 거리 1.5m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 고사장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40~5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대학 논술 시험장이 오히려 높은 밀집도를 보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5~6일에는 20만7000명, 다음주 12~13일에는 19만2000명이 대학별고사 응시를 위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별 1~2만명이 논술을 치르게 된다.
대학들도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시험일 한 달 전부터 방역 대책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숭실대의 경우 가로 60cm, 세로 40cm의 플라스틱 재질 가림막을 설치, 입실 전 체온 체크와 손소독제 비치 등을 실시했다. 연세대·숭실대는 응시자에게만 스티커를 부착해 외부인은 건물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한다. 체온 확인, 손소독제 사용과 KF94 이상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은 대부분 대학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00명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대학 자체 인력과 시스템만으로 감당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별로 인력과 인프라 등 방역 역량에 차이가 있는데다 이를 관리·감독할 교육부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해서다. 대학들에 하달된 교육부 공문에는 개별적 지침이나 지원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 담당자는 “자가격리 수험생은 권역별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는데 아직 교육부에서 외부 고사장을 확정하지 않아 걱정이다. 제대로 활용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수험생들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렇게 시험 대면으로 진행하면 헬파티다”, “코로나 확산 최적의 조건이군..교육부 대책 없겠지”, “논술 너무 걱정이다. 산 넘어 산이다” 등 걱정과 불만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교육·방역 당국은 ‘수험생 및 가족의 외출 자제’ 당부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감염증의 확산 정도가 빠르고 위험한 상황이며, 이번 주말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전체 안전이 수험생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교육부는 오는 22일까지 대학별 집중관리기간으로 지정, 지자체·대학·보건소와 핫라인 정보체계를 만들어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세대학교, 홍익대학교에 이어 서강대학교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가운데 지난 11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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