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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 백신 노르망디 작전, 우린 그저 구경만

판 바꿀 게임체인저 기대
우린 개발도 구매도 요원

[fn사설] 美 백신 노르망디 작전, 우린 그저 구경만
미국 미시간주 포티지에 있는 화이자 글로벌 공장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실은 트럭이 출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영국이 백신 접종을 개시한 데 이어 미국도 이르면 14일(현지시간)부터 첫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책임자인 구스타프 퍼나 육군 대장은 백신 운송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작전에 비유했다.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이날부터 향후 10일 이내 접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차 배포된 화이자 백신은 약 290만명에게 투여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의사, 간호사 등 보건종사자와 요양원 거주자 및 직원이 우선 접종 대상이다.

몬세프 슬라위 백악관 백신개발 책임자는 "이달말까지 2000만명 분량이 배송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 1·4분기까지 1억명의 미국인이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최대 코로나19 피해국인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지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던 미국 국민들의 '백신파티'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우리 국민의 고통감내를 바탕으로 실시됐던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통한 확산저지 정책에 회의감이 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코로나19 감염자의 40~45%가 무증상이다. 우리 정부 공식 발표도 40% 정도가 무증상 환자로 나타났다. 무증상 감염자들이 대화를 하거나 기침을 할 때 튄 침방울을 통해 공중전파하는 감염을 저지·통제하는 데 한계에 부딪힌 것도 사실이다.

백신의 부작용 등 안전성 논란과 낮은 예방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백신접종을 통한 면역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정부의 백신 확보와 접종계획은 오리무중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문재인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이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새로운 방역체계의 핵심은 백신 확보"라면서 정부의 무대책을 질타했다.

전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까지 검토하겠다던 정부는 이날 수도권 150곳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대대적인 선제적 무료검사를 통해 숨은 감염자를 최대한 찾아내 감염고리를 끊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마디로 역부족이다. 여러 선진국이 이미 백신 접종에 들어갔는데 우리는 왜 아직 백신 구매도, 개발도 확실치 않은지 먼저 대답해 주길 바란다. 특히 정부가 선구매했다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제품 1000만명분의 명확한 공급 시기, 화이자 등 다른 3개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계약의 진행 상황부터 밝히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