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동전교환 특정 요일 제한에 지점별 제각각
자판기업자와 택기사는 동전 직거래 자구책까지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강서로에 위치한 한 LPG 충전소에 500원, 100원짜리 동전이 정리돼 있다. 사진=김나경 인턴기자
지난해 12월 30일 시중은행들은 동전 교환을 특정 요일, 시간에만 운영하고 있다. 사진=김나경 인턴기자
지난해 12월 30일 시중은행들은 동전 교환을 특정 요일, 시간에만 운영하고 있다. 사진=김나경 인턴기자
[파이낸셜뉴스]
#. 지난 12월 30일, 자판기 운영업자 박모씨는 동전을 입금하기 위해 50원짜리 포대를 싣고 나왔다 그대로 집으로 가져가야 했다. 오후 1시까지만 동전ATM 사용이 가능한데 업무를 보다 정오가 지나 해당 영업점까지 시간을 맞춰갈 수 없어서다. 박씨의 집에는 이렇게 '바꾸지 못한' 동전 포대만 30여개다.
'쨍그랑'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희귀해진 현금 없는 사회, 동전 교환이 맛집 찾기보다 '어려운 일'이 됐다. 시중은행 동전 교환 시간과 방법이 모두 다를뿐더러 영업점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다. 유통·운수업자 등 동전 교환 수요층은 자구책을 마련, 동전을 '직거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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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동전 교환 '특정 요일' 제한에 지점별 '제각각' 운영
"동전 교환은 화·목 오전 9~11시에 계좌 입금만 가능, 동전은 미리 분류해 와야 합니다." (서울 강서구 A시중은행 영업점)
지난해 12월 30일, 기자가 서울 강서·양천구 시중은행 7개 영업점을 방문한 결과 동전 교환 업무는 평일 오전 시간대로 제한됐다. 저금통 가득한 동전을 가지고 무작정 은행에 찾아서는 헛걸음을 할 수 있는 것. 대부분 영업점에서는 내점 고객이 없고,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화·수·목요일 오전'에 동전 교환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급여일, 납부일이 몰리는 매달 25일부터 말일까지 동전 교환 업무를 하지 않는 지점들도 있었다. 한 지점에서는 해당 요일과 시간에 맞춰 "동전을 미리 분류해 와야 한다"라고도 했다.
은행별로 동전 교환 시간이 다를 뿐더러, 같은 은행이라도 영업점 특성에 따라 동전을 바꿀 수 있는 시간도 제각각이었다. 영업점 홈페이지나 은행 앱에 안내도 없어서, 고객이 방문 전 직접 은행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방법뿐이었다. 이날 동전 교환을 위해 A은행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영업점 3곳에 연결한 끝에 동전 교환 업무를 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앞선 2곳에서는 말일이라 내점 고객이 많아 '다음 주에 찾아달라'고 안내했다.
고객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동전ATM도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4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유일하게 동전 교환 수요가 있는 중대형 점포인 금호동·상계역·서여의도영업부 등 서울시내 10곳에서 동전ATM을 운영 중이다. 서여의도영업부 동전ATM을 사용해본 결과, 은행 계좌가 없이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동전 교환이 가능해 편리했지만 월수금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이용시간이 제한돼 있었다.
은행이 동전 교환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교환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업무 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어서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전을 대량으로 가져오는 경우 다른 창구 업무에 차질이 빚어져 영업점 상황별로 교환 시간을 다르게 정한 것"이라며 "동전 교환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동전교환기 분류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고, 불량 동전이나 외화가 들어가면 정상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제한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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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유통업자 '동전 직거래' 나서
동전 교환이 필요한 자판기 업자, 택시기사와 마트 상인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택시기사 조모씨(59)는 "(잔돈을 줄 때) 동전을 종종 사용하는데 몇 년 전 집 앞에 있던 동전교환기가 없어져 불편하다"며 "바꿀 때마다 차로 수십분 걸리는 곳에 가서 동전을 교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판기 업자와 마트 상인들 또한 "왜 은행이 한가한 시간에 맞춰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 같은 상황에 동전 교환이 필요한 이들은 '직거래'라는 자구책을 쓰고 있다.
100여대 이상의 자판기를 관리하는 한 유통업자는 몇 년 전부터 가스충전소(LPG) 업체를 통해 동전을 지폐로 바꾸고 있다. 가스충전소에서는 주 고객인 택시기사들에게 일종의 서비스 차원에서 동전을 교환해주는데, 이때 자판기 업자, 버스회사 등에서 동전을 공급받는 구조다. 강서구에서 37년째 가스충전소를 운영 중인 60대 남모씨는 "버스회사에서 동전을 대량으로 받아 택시기사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은행이 당연히 해야 하는 업무를 제한적으로 하고 있어서 이렇게 '직거래'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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