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신 제주도 전지훈련 '후끈'…1~2월 182개 팀·3718명 참가
프로스포츠 팀 대거 찾아 담금질…입도 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12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1차 국내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축구 올림픽대표팀 . 2021.01.12. [뉴시스]
[제주=좌승훈 기자] 다음 시즌을 위해 겨우내 구슬땀을 흘려야 할 프로스포츠 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때문에 해외 원정 전지훈련 길이 막히면서 대거 제주도를 찾고 있다. 코로나19로 국외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데다 비용절감에 효과적이다.
■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이처럼 동계 전지훈련 수요 증가가 크게 늘면서, 제주도가 선수단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한 가운데, 지역 스포츠산업 관점에서는 되레 도약의 기회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축적된 방역 노하우와 경험은 향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세계대회 또는 전국대회를 치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 1~2월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지훈련 팀은 총 182개 팀·3718명에 이른다. 16일 현재 78개 팀·1796명이 들어와 동계훈련을 진행 중이며, 2월 말까지 추가로 52개 팀·1527명이 더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 프로축구 K리그1·2·3 11개팀 참가
이 가운데 프로축구팀만 하더라도, 총 11개 팀이 제주 동계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K리그1에서는 지난해 말 인천유나이티드(서귀포시 공천포천연축구장, 12월14일~12월23일)에 이어 올 들어 포항스틸러스(서귀포시 효돈축구장, 1월4일~1월26일), 성남FC(서귀포시 시민축구장, 1월4일~1월28일), 수원FC(서귀포시 중문·시민축구장, 1월6~2월11일), 서울FC(효돈축구장, 2월1일~2월22일), 수원삼성(제주시 애향운동장, 1월14일~1월29일) 등 6개 팀이 체력과 전술훈련을 병행하며,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클럽하우스 내 전용구장에서 동계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제주유나이티드 선수단.
2020시즌 프로축구 K리그2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해 K리그1 무대로 복귀하는 지역연고팀 제주유나이티드까지 포함하면, 총 7개 팀이 제주에서 겨울을 난다.
제주구단은 지난 12월29일 서귀포시 클럽하우스 내 전용구장에서 2021시즌 대비 소집 훈련을 시작했다. 소집에 앞서 제주 선수단은 전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 결과가 나왔다. 제주구단은 “가장 중요한 건 코로나19 예방과 안전인 만큼,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새로운 시즌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라며 “외부인 방문을 제한하고, 선수단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한편, 훈련 전·후 상시 방역과 개인 방역 물품 지급 등 철저한 관리로 최상의 훈련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K리그2에서는 대전하나시티즌(서귀포시 예래동체육공원, 1월29일~2월22일), 서울이랜드FC(서귀포시 중문축구장, 2월1일~2월26일) 등 2개 팀이, 세미프로축구 K리그3에서는 경주한수원FC(서귀포시 강창화경기장A구장, 2월1일~2월26일), 김포시민축구단(서귀포시 예래동체육공원, 2월1일~2월24일) 등 2개 팀이 제주에서 동계훈련에 진행한다.
프로야구에서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SK와이번스가 2월1일부터 3월15일까지 서귀포야구장에서 동계훈련을 소화한다. SK와이번스는 훈련을 앞두고 강화 퓨처스파크 관리팀 직원을 제주로 보내 야구장 시설 점검을 마쳤다. 그라운드 흙과 그물을 교체하고, 배팅 케이지도 새로 만든다고 한다.
서귀포시가 동계 전지훈련단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선수 재활프로그램. /사진=fnDB
■ 땀으로 추위 녹이며 기다리는 봄
스프링캠프 시작에 앞서 국외에서 먼저 몸을 풀던 선수들도 코로나19로 국내에 발이 묶였다. 기아타이거즈 소속 선수 4명(김선빈·황대인·김태진·최정용)이 1월5일부터 1월25일까지 제주시 종합경기장 야구장에서 개인훈련에 나섰으며, 미국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도 코로나19 여파로 기아에서 23년을 활동한 ‘베테랑 트레이너’ 장세홍 코치와 함께 1월6일부터 1월30일까지 서귀포야구장에서 기술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양의지)가 저연차·저연봉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동계 트레이닝캠프(1월11일~1월24일)를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과 제주월드컵경기장 내 트레이닝센터·실내야구장에서 개최한다.
■ 올림픽팀 “런던 동메달 신화 깬다”
축구 국가대표팀도 온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 올림픽 국가대표팀은 1월19일부터 2월3일까지 서귀포시 예례·시민·효돈 축구장에서 도쿄 올림픽 메달 획득을 목표로 기량을 점검하고 조직력을 다진다. 올림픽 대표팀은 이 기간 동안 성남FC(1월26일)·수원FC(1월30일)·대전하나시티즌(2월2일)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다. 지난해 1월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챔피언십 전승 우승을 일궈낸 김학범호는 이를 통해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넘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된다.
현재 제주도내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팀 중 코로나19 감염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돼 선수단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한다.
■ 운동 집중 훈련 환경 조성에 만전
제주도 방역당국은 오는 18일부터 제주를 찾는 전지훈련 선수단 등은 입도 전 주소지 관할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 증빙자료(음성판정확인서·음성판정문자·의사 소견서 등)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는 이번 전지훈련 선수단의 입도 전 진단검사 의무화를 통해 도내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하고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도는 지난해 10월27일부터 동계 전지훈련 팀에 훈련계획과 자체 방역계획이 포함된 훈련신청서, 건강 확인서, 서약서를 받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이 7일 제주도 서귀포시 강창학구장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에이스펙코퍼레이션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2021.1.8/뉴스1
초·중·고 팀의 경우는 학교장과 학부모 동의서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요구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팀은 훈련시설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고춘화 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체류 기간 동안 전지훈련 선수단들이 방역에 대한 책임감을 보다 강화할 수 있도록 방역관리 책임자 지정도 의무화하고 있다”며 “제주형 사회적 2단계 시행에 따라 체류선수단과 입도 예정팀에 대해 훈련시간 외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같은 준수사항을 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가 바꾼 전훈 새 풍속도
한편 전지훈련 풍경도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코로나19로 신경 써야 할 게 늘었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는 기본이다. 예년처럼 훈련을 마친 뒤, 짧은 시간이라도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기란 언감생심이다. 팬 미팅도 안 된다.
연습경기도 조심스럽다.
선수단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지키느라 선수들의 시설 이용에도 시차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코로나19 걱정 없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는 게 최우선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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