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했던 더불어민주당 고민정·남인순·진선미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면서 이 3명 의원이 지목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이들 의원은 각각 같은 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의 대변인, 공동선대본부장 등을 맡고 있다.
피해자 A씨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에 대해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따끔하게 혼내줬으면 좋겠다. 그 의원들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호소인’이란 명칭은 박 전 시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7월 9일 다음 주인 14일 만들어졌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피해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비방, 모욕과 위협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피해 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해찬 당시 대표 등도 사과 의사를 밝히면서 ‘피해호소인’ 용어를 사용했다.
초점은 사과 여부가 아닌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의 적절성 여부로 옮겨갔다. 박 전 시장이 스스로 법적 방어권을 포기하며 숨진 시점에서 성추행 혐의를 부인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이다. 피해자가 호소하는 피해 사실을 부정하고 그 저의를 의심하는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1월 야권은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을 ‘피해호소인 논의 3인방’으로 규정했다. ‘피해자’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남·진 의원을 중심으로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을 고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고 의원은 “피해자로 규정하기 이르다”며 이 시류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에서도 “아직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원순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돌며 박 전 시장을 ‘성추행 가해자’로 확정하지 않겠다는 게 중론이었다.
문제는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열리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캠프에 이들 3명 의원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 의원은 대변인을, 남·진 의원은 각각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다.
아직까지 사과 의사는 남 의원만 밝힌 상태다.
진 의원과 고 의원은 해당 이슈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다”면서도 “저희 당 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며 사실상 3명 의원에 대한 퇴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운데 파란 스카프)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단일화 결과 발표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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