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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만나면 형광반응' 실시간으로 종양 찾아낸다

KBSI 홍관수 박사팀, 성능 향상된 프로브 개발
시험관·세포 실험서 20배이상 형광신호 증가
암 걸린 생쥐 실험결과 종양조직에서 형광반응

'암세포 만나면 형광반응' 실시간으로 종양 찾아낸다
암 걸린 생쥐 꼬리에 근적외선 형광 프로브를 정맥 투여하고 22시간 뒤 생체 광학 이미징 시스템으로 관찰한 결과 암 조직에서 높은 형광 신호를 오랜 시간 확인할 수 있었다. KBSI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제공동 연구진이 암세포를 만나면 빛을 내는 분자 화합물(프로브)을 개발해 보다 정밀하게 암 위치와 형태를 알아볼 수 있게 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홍관수 바이오융합연구부장팀이 종양에만 반응해 형광 신호를 내는 프로브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홍관수 박사는 "이 프로브는 생체 내에서 실시간 종양 진단은 물론, 수술부위에 대한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는 등 다양한 응용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프로브를 시험관과 세포를 가지고 실험했다. 그결과 정상 산소 상태 대비 저산소증 상태에서 형광신호가 20배 이상 증가했다. 또 암에 걸린 생쥐에 프로브를 정맥주사한 뒤 생체 광학 이미징 시스템을 통해 관찰했다. 이때 종양 조직에서 프로브가 축적되고 형광 신호가 증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홍관수 박사는 "기존에 개발된 암 진단 형광 물질의 문제점을 개선한 최적화된 프로브를 합성했으며 수용액, 세포, 동물모델에서의 전략적 검증단계를 거쳐 만들냈다"고 말했다.

근적외선 형광 프로브의 구조는 종양 표적기, 형광체, 저산소증 반응기의 역할을 하는 분자들을 결합시킨 형태이다. 종양 표적기는 프로브가 종양 조직에 선택적으로 전달되도록 하고, 저산소증 반응기가 종양 저산소증에 의해 활성화되면, 형광체가 형광 신호가 나타난다.

'암세포 만나면 형광반응' 실시간으로 종양 찾아낸다
근적외선 형광 프로브가 혈관을 타고 돌다가 종양 저산소증 특성을 반영하여 형광 신호를 낸다. 이 사진은 의약화학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의약화학 저널(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의 표지. KBSI 제공
그동안 개발된 저산소증 감지 프로브들은 조직 침투력과 형광 신호 감도가 낮았다. 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근적외선 형광 프로브는 저산소증 상태에서 형광 신호가 높은 감도로 활성화되고, 종양 조직만을 선택적으로 표적하도록 설계됐다.

근적외선 형광은 가시광선보다 긴 파장의 형광 빛으로 인체에 무해하고 조직 투과력이 좋으며 자체발광은 최소화된 파장 영역이기 때문에 임상 진단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프로브는 암을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할때 체내 주입된 프로브의 형광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정상조직은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절제술에도 활용 가능하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텍사스오스틴대 조나단 세슬러 교수와 협력해 의약화학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의약화학 저널(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 온라인판에 12일 게재됐으며, 연구 우수성을 인정받아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