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외교부서 한-러 외교장관 회담
푸틴 대통령 방한, 코로나19 방역 협력 재확인
러 "한반도 문제, 관련국 간 협상 프로세스 재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러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러 외교장관이 오늘(2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장관 회담을 가졌다. 북한이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추정) 2발을 발사한 직후 회담이 열리면서 러시아의 대북 메시지에 관심이 쏠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북한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대신 "역내 문제에 관련국 간 협상 프로세스를 신속하게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정부가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언급, 러시아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 지지를 당부한 것에 러시아가 다소 미온적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한국 간 '균형잡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 외교장관은 △푸틴 대통령 방한 계획 △코로나19 백신 등 보건 협력 △서비스 분야 FTA 등 경제협력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인적 교류 등 양국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 한-러 외교장관, 경제협력·인적교류 강조.. 푸틴 대통령 방한 추진 재확인
정의용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양국 소통을 강화하고 교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회담 모두 발언에서 양국 장관은 통상·경제협력과 인적교류를 강조했다. 정 장관은 "수교 당시 미미했던 양국 간 교역량이 30년 만에 100배 이상 증가했고 인적교류도 역대 최대인 80만명을 기록했다"며 "지난해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한국은 러시아의 10대 교역대상국 중 하나"라며 양국의 교류 활성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 또한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백신을 한국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 "지난 30년 동안 양국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해왔다"며 "한국은 아태지역에서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회담 후 열린 교류계획서 서명식에서는 푸틴 대통령 방한, 대북 문제, 경제협력 등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정 장관은 "오늘 회담에서 양국 관계 발전방안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대로 푸틴 대통령의 방한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도 "한국의 푸틴 대통령 방한 초대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러 외교장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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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미사일 발사' 직접 언급 피한 러 "군비 경쟁 포기해야".. 공동대응에 '미온적 반응'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는 양국의 온도차가 나타났다. 정 장관은 "우리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 조기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를 발사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러시아 정부가 남북관계 증진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하고 평가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 "2018년 9월 남북정상이 합의한대로 한반도 핵무기와 핵 위협 없는 평화 터전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함께해주기를 바란다"고 분명히 했다.
라보르프 장관은 북한 언급 대신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역점을 두고 논의했다"며 "양국은 역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관련국 간 협상 프로세스를 가능한 빨리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북아 지역 관련국의 군비 경쟁과 모든 종류의 군사활동 활성화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고 했다.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는 조선분야, 코로나19 방역 보건 분야 등 다양한 경제·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실질 협력 틀로 합의한 아홉개 다리 분야의 협력을 꾸준히 이행하기로 했다"며 "한국 기업을 위한 연해주 산업단지가 연내 기공식을 가지고 한러 경협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러 서비스 투자 FTA와 올해 11월 예정된 한러 지방협력 포럼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동북아방역협력체 등 코로나19 보건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 직접투자 펀드 관련 한국과 10억달러 규모의 공동투자 펀드 조성, 올해 개최되는 한-러 공동경제과학기술위원회 등을 거론했다. 또 러시아에서 추진 중인 국제의료클러스터 사업에 한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당일임에도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러시아의 명확한 대북 메시지가 나오지 않고 경제협력 관련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지면서, 러시아가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균형 잡기' 전략을 취하며 대북 문제 한-러 공동대응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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