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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상태 좋아지며 늘어난 A형 간염…백신 국산화로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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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상태 좋아지며 늘어난 A형 간염…백신 국산화로 안심

[파이낸셜뉴스] 날씨가 따스해지는 4월부터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을 통해 감염되는 수인성 감염병이 급증한다. A형간염도 그 중 하나다. 경제수준과 위생상태가 향상되면서 분변에 오염된 식수나 과채류 등을 통해 수인성 전염병이나 장내 기생충질환은 크게 줄었지만 오히려 늘어난 질환이다.

197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A형간염에 걸린 줄도 모르고 얼마간 황달을 앓고 나으면 회복됐다. 흙장난을 하거나 손을 깨끗이 씻지 않은 채 이런저런 음식을 먹다가 자기도 모르게 감염됐다가 자연면역을 통해 항체가 생성되면서 치유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소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된 게 오히려 득이 된 셈이다. 그러나 1970년대 우리 경제가 폭풍 성장을 하면서 A형간염에 노출되는 경우가 줄어드는 대신 한번 걸리면 호되게 앓거나 입원해야 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경우에 놓이게 됐다.

A형간염은 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하게 열이 나거나 근육통, 구역질 증상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이 간염을 의심하지 않고 병원을 뒤늦게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적게는 15일, 길게는 50일까지 평균 28일의 잠복기를 거쳐 염증이 진행된다. 점차 심한 피로감과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황달 등을 겪게 된다.

면역 반응에 의해 소아의 경우에는 감염이 됐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20세 이상 성인은 각종 증상의 70%가량이 나타나며 극심한 경우 전격성 감염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A형간염은 높은 전염력 탓에 집단발생 위험이 커 1군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유행성 간염으로 불린다. 좁고 밀집된 장소에서 단체생활을 할 경우 발병률이 높아진다. 보통 감염자의 대변에 오염된 물, 음식, 조개류 등을 먹으면 감염된다.

따라서 20~40대는 A형간염 항체 검사를 받고 음성이면 예방접종을 받는 게 권고된다. 현재 신생아 접종률은 95%가 넘고, 군 복무자들은 입대와 동시에 A형간염 백신을 맞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7090세대를 중심으로 접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15년부터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로 지정돼 이후 출생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 등과 중남미 등으로 장기간 여행할 경우라면 A형간염을 맞는 게 안전판을 확보하는 일이다.

특히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오던 A형간염 백신이 보령바이오파마에 의해 국산화돼 수급과 품질 면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하브릭스주', 미국 머크(MSD)의 '박타주', 사노피의 '아박심주' 등 3개 수입 제품이 전부였는데 다국적 제약사들은 수입했다가 남아도는 물량을 폐기해야 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적정량보다 과소 수입했고 시즌별로 몇 개월씩 품절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장홍두 보령바이오파마 마케팅본부장은 "보령 백신은 진천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사계절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며 "외국산보다 유리한 가격정책을 내세워 오는 2023년까지 전체 국내 A형간염 백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서 성인의 1회 접종(비급여) 비용은 6만~7만원에 형성돼 있으며 가격경쟁력이 시장 판도를 좌우할 여지가 많다.

더욱이 보령 백신은 한국 어린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신뢰도가 확보됐다. 보령바이오파마의 A형간염 백신은 10개 기관에서 12~23개월 유소아를 대상으로, 13개 기관에서 16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하브릭스주'와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보령 백신은 1차 접종 1개월 후 항제 양전율은 97.52%, 2차 접종 1개월 후엔 100%였다. 국내에 도입된 3개 외국 백신의 1차 접종 1개월 후 항체 양전율은 93~98%이며, 2차 접종 1개월 후에는 모두 100%이다.

고무적인 것은 보령 백신은 유소아의 경우 2차 접종 1개월 후 기하학적평균항체농도(GMC)가 대조 백신(2595 IU/L)의 3.56배에 달하는 9248 IU/L를 보였다. 성인은 대등소이했다.

보령바이오파마 차성호 BR센터장은 "항체의 역가는 양적 지표 외에 질적 지표도 봐야겠지만 적어도 유소아에서만큼은 빠르고 강력하게 항체가 형성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의사나 부모들이 백신을 선택할 때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A형간염 환자 수는 질병관리청 보고 기준 2001년 105명에 그치던 게 2006년 2081명으로 급등했다.
2009년에는 7월을 정점으로 20~30대 환자가 급증해 1만5321명에 달했다.

이로 인해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NIP가 적용되면서 차츰 잦아들었으나 2019년에는 오염된 조개젓으로 추정되는 발병 때문에 1만7598명으로 폭등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2015년 A형간염 항체 양성률 조사에 따르면 19~29세의 항체 양성률은 12.6%, 30~39세의 항체양성률은 31.8%로 20~40대에서 접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