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시행령으로 참가 제한할 수 없어"
국가 "담합행위로 제한할 필요성 충분"
법원 "해당 시행령 근거조항.. 참가자 적격있어"
울산급 Batch-III 조감도. 현대중공업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급 배치(Batch)-II 후속함 건조사업 관련 입찰 자격을 놓고 국가와 법적 다툼을 벌인 현대중공업이 1심에서 승소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현대중공업이 국가를 상대로 “입찰참가적격자로서 지위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5년 아랍에미리에이트 원전 계약체결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2019년 11월까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현대중공업은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등을 냈지만 패소가 확정돼 국가사업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됐다.
현대중공업은 울산급 배치-II 후속함 입찰에 참가하고자 방위사업청에 질의했지만, 참가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국가를 상대로 2018년 8월 해당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11월 울산급 배치-II 후속함 건조사업 입찰에 참가해 2018년 11월 최종 낙찰자로 선정돼 후속함을 6335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2020년 6월까지 국가로부터 2274억원 상당의 대금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국가는 2019년 7월 앞서 법원이 받아들인 현대중공업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제소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국가의 신청을 인용했다. 제소명령은 채권자에 대해 본 소송을 제기하라는 것을 말하는데, 이에 따라 후속함 건조사업은 중단됐고 현대중공업은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은 재판에서 “시행령을 근거로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없고, 법률유보의 원칙(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76조 11항은 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실을 통보받는 등 자에 대해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현대중공업은 담합행위를 하는 등 행위를 했으므로 입찰자격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며 “재입찰 공고 등은 법률유보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시행령 76조11항의 근거가 될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존재하지 않아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한다”며 “해당 조항은 참가자격 제한 처분 이후 그 처분에 기초해 다른 처분청이 제재할 수 있는 근거조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 등만으로는 입찰·재입찰 자격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가로서는 재입찰 참가를 막기 위한 별도의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에겐 입찰참가적격자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판시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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