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지난 2월 2일 모스크바 시모노프스키 지방 법원에서 판결을 기다리는 모습. 그는 이날 집행유예가 취소돼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사진=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교도소 복역 중 건강이 악화해 위독설까지 나온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교정시설 내 병원으로 옮겨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근방 블라디미르주(州) 교도당국은 이날 “교정당국 의료 위원회가 나발니를 (블라디미르주) 파크로프시의 제2번 교도소에서 (같은) 블라디미르주의 제3번 교도소 재소자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도당국은 그러면서도 “현재 나발니 건강 상태는 양호하며 매일 내과전문의가 그를 진찰하고 있다”면서 “환자 동의로 그에게 비타민 요법이 처방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나발니의 교도소 내 병원 이송은 치료를 빙자한 징벌”이라고 힐난했다. 이 단체는 교도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나발니에게 강제로 음식을 주입해 단식을 중단시키려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발니를 즉각 석방해야 하며 그가 교도소에 머무는 동안에는 권위 있는 독립 의료 전문가들의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급식 강요가 없어야 하며 나발니의 의지에 따르지 않은 강제 음식 주입은 “고문이자 또 다른 가혹행위”라고 강조했다.
나발니 치료를 지지하는 의사들이 전날에도 블라디미르주 교도소를 찾아 진료 허가 신청 후 2시간을 기다렸으나 수용되지 않았다고 나발니 주치의 아나스타시야 바실리예바가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죽어가는 환자에게 의사를 들여보내지 않는 것은 잔인하고 극악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야당인 ‘야블로코’(사과)당 의원들을 비롯한 다수 하원 의원들도 이날 나발니에 대한 진료 허가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의원들은 “나발니의 선택에 따라 의사들의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면서 “나발니의 생명에 대한 책임은 푸틴 대통령 개인이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나발니에 대한 조치를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원한 때문에 저질러지는 살해 시도로 평가한다”면서 “정치적 동기에서 이루어진 나발니에 대한 모든 형사·행정 판결을 취소하고 정치범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평가되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항공기 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상을 보이며 쓰러진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는 러시아 정보당국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올해 1월 귀국하자마자 붙잡힌 뒤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돌연 바뀌면서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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