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후 북한 첫 반응
"미사일 지침 해제는 美의 적대 행위"
정부 "신중하게 지켜보겠다" 반응 자제
전문가들 "대화 판은 유지..北 군사 도발 명분 쌓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이후 첫 반응으로 한국의 미사일 지침 해제를 맹비난한 가운데 정부가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 비난까지 했음에도 맞대응을 자제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깬 것은 아니지만, "미사일 지침 해제를 집중 거론한 것에는 군사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5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명철 국제문제 평론가의 글을 통해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로 한국이 우리 공화국은 물론 주변국들도 사정권 안에 넣을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의 고의적인 적대행위라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이 말로만 '외교 중심'의 대북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이 아니라 대양 너머에 있는 미국"이라고 저격했다. 미국의 '先 적대 정책 철회'를 강조하며,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북한이 자위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밝힌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지침을 종료한 한국에도 날을 세웠다. 통신은 문 대통령을 향해 "일을 저질러 놓고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떤지 촉각을 엿보는 그 비루한 꼴이 역겹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부는 "개인 명의의 글인 만큼 직접 논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 당국이 평론가 명의의 글로 스피커의 '급'을 낮추며 수위 조절을 했다고 판단, 대화 재개의 불씨를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지금 단계에서 정부가 직접 논평하기보다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 또한 "북한의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북한이 대화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 안보센터장은 "북한이 한미동맹 강화, 미사일 지침 해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도 제일 낮은 단계의 스피커(평론가)를 통해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수위를 조절하며 대화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지침 해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한 것은 향후 군사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의 공조 차원에서 미사일 문제를 특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을 축적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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