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021년 6월 5일 영국 런던의 윈필드 하우스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미 증시 조정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및 금리 인상 시사 등이 잇따르면서 주식시장이 받을 충격을 우려하고 나선 모습이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캠브리아 테일 리스크'(Cambria Tail Risk·TAIL) 상장지수펀드(ETF)는 6월 들어 처음으로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이날 기준 해당 ETF를 263만달러(약 29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다. 월중이긴 하지만 이 ETF가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월별 순매수 바구니에 들어온 건 작년과 올해를 통 틀어 처음이다.
TAIL은 미 자산운용사 캠브리아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ETF로 보유 자산의 95% 이상이 미 국채다. 동시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 보유 지분의 1%를 매달 현금성 옵션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한다. 변동성이 높을 땐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적게 사들이고 낮을 땐 많이 사들이는 식이다.
'꼬리 위험'(tail risk) 발생 시 위험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꼬리 위험'은 발생 가능성이 매우 적지만 발생하면 증시를 큰 충격에 빠뜨릴 수 있는 변수를 의미한다. TAIL ETF는 증시 폭락에 대비한 일종의 '주식 보험'인 셈이다.
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주식시장 조정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를 마치고 이어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 영향을 덜 받는 단기채 ETF와 장기채를 역으로 추종하는 장기채 인버스 ETF를 사들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단기채는 장기채보다 기대수익률이 낮지만 만기가 짧은 탓에 변동성 장세에선 비교적 안전하단 평가를 받는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6월 들어 뱅가드의 단기 회사채(VCSH)와 블랙록의 1~5년물 달러채(ISTB) ETF를 각각 691만달러(약 77억원), 500만달러(약 56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특히 ISTB ETF는 8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매도 수요가 전혀 없었다.
프로셰어즈가 운용하는 20년 이상 초장기 국채 인버스(TBF) ETF엔 828만달러(약 92억원)나 몰렸다. 장기물일수록 금리 상승 시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에 투자자들이 장기채 가격 하락에 베팅한 것이다.
나스닥지수 하락을 대비해 콜옵션을 미리 팔아 위험을 피하는 '커버드 콜'(covered call) 전략으로 운용되는 글로벌 X의 나스닥100 커버드 콜(QYLD) ETF도 순매수 상위 5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국내외에선 금리 인상, 테이퍼링 등 경제 정상화 정책이 곧바로 시행되진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허태오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옐런 장관의 발언은 미 기대물가가 인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드는 걸 넘어서는 수준으로까지 가는 걸 경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논의 가능성은 고용지표 결과로 낮아진 국면"이라며 "단 테이퍼링 논의를 주장하는 연준 의원 수가 늘어나는 점은 경계감을 낮출 수 없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미 CNBC도 "6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연준이 (예상한 것보다) 서둘러 테이퍼링을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 FOMC 회의는 오는 15~16일 진행된다.
jo@fnnews.com 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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