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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P2P 등록

[fn스트리트] P2P 등록
8퍼센트, 렌딧, 피플펀드컴퍼니 3개사가 1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식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금융) 업체로 최초 등록됐다. /사진=뉴시스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왕이 기원전 1750년쯤에 만든 인류 최초의 성문법 함무라비법전에는 이자에 대한 규정이 있다. 당시 이자율은 20% 정도였다. 이를 넘기면 아예 원금을 못 받도록 명문화했다. 20%를 넘는 고금리는 서민을 힘들게 한다는 게 이유다. 금리 수준은 현재 은행(2~5%대)보다는 높고, 대부업체 최고이자율(24%)보다는 낮다.

오늘날의 은행 개념은 13세기 중반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다. 시민들이 금세공업자에게 귀금속·화폐를 맡기면 금세공업자들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줬다. 한국에선 고종 15년(1878년) 일본 제일은행 부산지점이 최초의 근대적 형태의 은행이다.

금융위원회는 10일 렌딧, 8퍼센트, 피플펀드 3개사를 최초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로 등록했다. 지난해 8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시행된 지 약 10개월 만이다. P2P는 투자자와 대출자를 온라인상에서 연결해주는 핀테크다. 업체는 투자금을 모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한다. 특히 중금리 대출이 강점이다. 은행 등 1금융권(2~5%대)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10%대 후반~20%대 초반)의 딱 중간 수준이다.

투자자는 은행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고 차주는 2금융권보다 싼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존 고금리 대출을 중금리로 갈아타면 저신용자나 중소기업으로선 이자 부담이 덜하다.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2019년 8월 15일 온투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자 눈물까지 흘리며 만세삼창을 외쳤다.

P2P 활성화는 자금력과 담보능력이 취약한 벤처·스타트업 업계에도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다. 다만 투자금을 떼먹거나 사기·횡령 등 먹튀 방지를 위해 촘촘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앞으로 P2P가 착한 금융의 선례가 되어주길 바란다.

고대 함무라비법전과 P2P법 간에는 수천년의 시공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고금리가 서민을 힘들게 한 건 마찬가지다. 함무라비왕이 P2P를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