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업무 전반서 안전조치 미준수 다수 발견”
정비 불량으로 컨테이너 안전장치 작동 안 해
지난달 11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고 이선호씨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이씨는 지난 4월22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던 중 무게 300kg 날개에 깔려 숨졌다. / 사진=뉴스1
고 이선호군 아버지 이재훈씨가 지난달 13일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고 이선호군 추모문화제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4월 평택항에서 일하다 300㎏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세상을 떠난 청년 노동자 이선호씨(23)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원청업체 ‘동방’ 관계자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문제가 된 컨테이너의 자체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경기도 평택경찰서는 15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한 사고 관계자 5명 가운데 동방 관계자 A씨 등 무거운 혐의를 받는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4월 22일 선호씨가 목숨을 잃은 지 54일 만이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가 넘는 컨테이너 작업 시에는 사전 계획 수립 및 안전조치 방안 마련 등이 요구된다. 이 같은 조건들이 갖춰진 후에야 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이다. 지게차가 동원될 경우 신호수도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사건 당일 선호씨가 당한 사고에서 이들 사항은 전부 지켜지지 않았다. 사전 계획은 없었고, 안전관리자·신호수도 없는 상태에서 선호씨는 기본적인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못한 채 작업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전 교육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당초 그의 업무는 컨테이너 작업이 아닌 동식물 검역 업무였다.
당시 ‘FR(Flat Rack) 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 제거 작업을 하던 선호씨는 지게차가 갑자기 왼쪽 벽체를 접은 탓에 발생한 충격으로 오른쪽 벽체가 넘어지는 바람에 깔려 숨졌다.
사고가 일어난 컨테이너의 자체 안전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컨네이너는 사고 예방을 위해 수직으로 서있는 벽체가 아래로 45도 이상 기울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이 컨테이너 정비 불량 탓에 벽체를 고정하는 안전장치가 무용지물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컨테이너는 지난 2002년 생산된 중국 한 선사 소유로, 국제 무역 협약상 정비 책임은 중국 선사와 당국에 있다. 문제는 타국에서 사고가 났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 전반에서 안전조치 미준수 사항이 다수 발견됐고, 원청 측 과실이 중하다고 판단돼 구속영장을 신청하게 됐다”며 “(다만) 해당 컨테이너 안전장치 등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지만, 중국 업체 소유라 처벌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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