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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화폐' 중남미로 확산되나

브라질, 중남미 최초 비트코인ETF 거래
과테말라, 파나마 등 '비트코인 혁명' 동참?
IMF 등 부정적인 시선...난항 예상

[파이낸셜뉴스]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세계 처음으로 비트코인(BTC)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이후 중남미 국가들이 속속 비트코인 관련 정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중남미 국가 최초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래를 시작했으며, 일부 국가들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중남미 최초 비트코인ETF 거래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화폐' 중남미로 확산되나
브라질에서 중남미 최초로 비트코인 ETF가 거래를 시작했다. /사진=뉴스1로이터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브라질증권거래소는 QR캐피털이 신청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지난 3월 승인했으며, 24일(현지시간)부터 상파울루 소재 B3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브라질증권거래소는 "비트코인ETF는 투자자들에게 개인키 걱정없는 안전한 보관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QR캐피탈 페리난도 카르발류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의 주식시장 진출은 가상자산 시장과 기존 금융시장의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보다 안전하고 간단한 방식으로 비트코인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성숙해가는 걸 볼 수 있으며, 브라질 투자자들은 이제 제도권 내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파라과이 소재 아메리칸대학교(Universidad Americana)는 오는 8월 시작되는 가을학기부터 등록금일 비트코인, 이더리움(ETH), 리플(XRP)로 낼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과테말라·파나마 비트코인 법정화폐 '만지작'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화폐' 중남미로 확산되나
과테말라에는 37개의 화산이 있어 지열에너지를 통한 비트코인 채굴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뉴시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뒤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 이와 비슷한 정책을 펼칠 것이란 움직임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엘살바도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이자 경제방송을 진행하는 맥스 카이저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 다른 국가들처럼 엘살바도르는 수십년 간 경제주권을 확립할 방법을 모색했다"며 "다른 국가들도 엘살바도르의 전철을 밟아 비트코인 혁명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엘살바도르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중남이 국가로는 과테말라가 꼽힌다. 과테말라에는 37개의 화산이 있어 지열에너지를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산업에 유리하다. 특히 최근에 중국이 가상자산 채굴업체의 폐쇄를 명령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다른 국가로 이주를 모색하고 있다.

파나마도 거론된다. 파나마의 가브리엘 실바 국회의원은 최근 "파나마가 법정화폐를 한 가지로만 채택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것이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채택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한달 내 의회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책하는 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들 말고도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도 달러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은 최근 중앙은행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기 위한 금융 인프라 개발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에티오피아도 풍력 및 태양광을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산업 진흥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엘살바도르, '경제주권' 세울까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정화폐' 중남미로 확산되나
엘살바도르 의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비트코인법을 통과시키고 9월부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쓸 수 있도록 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뉴스1로이터

엘살바도르 의회는 지난 9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기 위한 이른바 '비트코인법'을 통과시켰다. 달러에 종속된 경제 시스템을 되돌려 놓기 위해서다. 다만 주요 국제기구들이 엘살바도르의 움직임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법 시행 예정인 9월부터 엘살바도르에서 물건 가격은 비트코인으로 함께 표기되고, 세금도 비트코인으로 납부할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의 환전은 자본이득세 적용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엘살바도르는 자국 화폐인 콜론을 법정화폐로 사용하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2001년부터 미국 달러를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이를 통해 통화시템은 안정됐지만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이 미국의 통화·금리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되면서 경제주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를 마구 찍어 내면서 엘살바도르 같이 미국 달러를 법정화폐로 쓰는 개발도상국이 위험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정해져 있다.

특히 엘살바도르 경제는 국내 총생산의 약 20%를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이 국내로 보내는 돈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40억달러 가량을 자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비트코인 사용을 통해 금융시스템이 개선되면, 해외에서 송금한 돈을 더욱 빠르게 엘살바도르 경기부양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법이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 잇따라 우려섞인 평가를 내놓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엘살바도르는 세계은행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기 위한 기술적인 지원을 요청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IMF는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것에 대해 "거시경제, 금융, 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