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군대식 검열에 모욕감 줘"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군대식 검열에 모욕감 줘"
청소 노동자에게 강요된 쪽지시험 /사진=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교내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숨진 고인이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7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숨진 50대 청소노동자 A씨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 가족은 A씨가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귀가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 사망에 대해 "자살이나 타살 혐의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족과 노조는 직장 내 갑질과 고된 노동이 A씨 사망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A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매일 전 층의 대형 100L 쓰레기 봉투 6~7개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날랐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음식 배달 증가로 노동 강도는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 팀장은 청소 노동자의 근무 기강을 잡겠다는 이유로 정장 등 단정한 복장을 요구하고, 업무와 무관한 쪽지시험을 치를 것을 강요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회의 참석 시 격식을 갖추는 복장을 강요하는 것은 청소 노동자들에게 무리한 요구"라며 "안전관리 팀장은 청소노동자에게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 첫 개관년도 등을 맞추게 했고, 점수를 공개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자들에게 평일 근무를 1일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5시간을 활용해 주말근무하고, 거기서 남은 인건비로 제초 작업을 외주 줄 것으로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A씨의 죽음과 관련해 서울대 측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측에 △진상 규명 위한 산재 공동 조사단 구성 △직장 내 갑질 자행한 관리자 즉각 파면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노동환경 개선 위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노동조합은 "고인은 평소에도 작업량이 많아 힘들다고 호소했는데 군대식 청소 검열 준비로 작업 강도 증가는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며 "A씨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사후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예방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