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 A씨, 민영이 뺨 여러 차례 세차게 가격
아동학대중상해 혐의 기소...살인죄 적용 피해
양모 B씨, 방임 혐의 불구속기소
'화성 2세 입양아 학대 사건'의 양부 A씨가 지난 5월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경기도 화성에서 양부에게 잔인하게 학대당해 2개월 넘게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던 ‘민영이’가 끝내 숨을 거뒀다. 불과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아기가 뇌 3분의 2가 손상되는 고통을 홀로 견디다 세상을 떴다. 기적을 바라며 제2의 정인이가 나오지 않길 고대했던 시민들은 좌절에 빠졌다.
13일 화성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5시경 민영이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5월 8일 외사성 경막하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지 두 달 만이다. 민영이는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왔지만, 결국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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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 아동학대중상해 혐의 기소..살인죄 적용 안 돼
두 살배기 민영이를 학대한 인물은 양부 A씨(38·구속)다. 그는 지난달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중상해) 등 혐의로 기소됐다. 살인의 고의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양모 B씨는 방임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지난 6일 A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수원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조휴옥)는 이날 오전 301호 법정에서 민영이 학대 혐의를 받는 A씨와 이를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인 B씨(37)에 대한 1심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에서 검찰 측은 “화성 남양읍에 있는 주거지 아파트 안방에서 피해아동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가) 등긁이 등으로 수차례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며 “결국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피해자를 심각한 뇌손상으로 반혼수상태에 이르게 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또 “양모인 B씨는 학대 사실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으면서도 A씨로부터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을 비롯해 A·B씨 모두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아동 측 변호인은 “두 달째 반혼수상태에서 단 한마디 진술조차 할 수 없었다”며 “아이 목소리를 간접적으로라도 반영하려면 주치의로부터 상처 등을 자세히 듣고 부모의 심정으로 가해자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9월 7일로 예정돼있다.
'정인이'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5월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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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넘어질 정도로 뺨 때려”
A씨는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화성시 내 한 아파트에서 입양아 민영이가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만으로 나무 등긁이와 구둣주걱으로 손·발바닥을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6일 오후 10시쯤에는 잠투정을 하며 운다는 이유로 민영이 뺨을 세차게 때리기도 했다. 민영이가 휘청거리며 바닥에 넘어질 강도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틀 뒤인 8일, A씨는 민영이 뺨을 때려 넘어뜨리는 행위를 4차례 반복했다. 역시 그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폭행으로 민영이는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뇌가 손상되며 반혼수상태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이 같은 학대를 지켜만봤다.
게다가 이들은 민영이가 사건 당일 오전 11시 폭행 끝에 의식을 잃었음에도 학대 사실이 발각될 우려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7시간가량을 방치했다. 오후 5시가 돼서야 병원으로 데려갔고, 당시 진료를 본 의사가 민영이 얼굴과 손 등에 든 멍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앞서 이들 부부는 2019년 5월 봉사활동을 하던 보육원에서 당시 생후 10개월이던 민영이를 알게 됐고, 지난해 8월 입양했다. 부부는 5~10세 친자녀 4명을 슬하에 두고 있기도 하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는 “양부모 A·B씨가 반드시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로 죗값을 받길 바란다”고 분개했다. 해당 협회가 운영하는 카페에도 “작은 몸으로 견뎌야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너무 미안하다..어른들이 죄인이다”, “민영아 그곳에서는 마음껏 웃어” 등 눈물을 머금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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