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김영식 교수팀서 기술 개발
양식장 소독·선박평형수 처리 등에 효과
동성산기㈜, 200L급 살균·중화장치 개발
동성산기가 개발한 200L급 해수전지 기반 하이브리드 살균·중화장치. UN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해수전지를 응용해 바닷물을 살균하고 중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실험실에서 입증한 이 기술은 현재 기업에서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김영식 교수팀이 해수전지로 바닷물을 살균하고 중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으로 전기를 충전, 방전하는 과정에서 살균 물질이 발생하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김영식 교수는 "바닷물 살균은 육상 양식장의 소독이나 선박평형수 처리 등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이어서 "해수전지를 이용하는 방법은 추가 비용이 드는 중화설비 설치나, 독성 부산물의 위험이 있는 화학약품을 투여하는 기존 기술보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해수전지를 충전하면 바닷물의 소금 성분 중 나트륨 이온이 이동하며 염소가 생성된다. 이 염소가 살균 물질로 작용해 박테리아나 병원균을 제거한다. 반대로 방전될 때는 살균 물질이 나트륨 이온을 만나 중화되면서 다시 소금으로 변한다.
이 기술은 배터리에 전기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살균·중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기존에도 전기분해를 통한 살균기술은 존재했지만, 이 경우엔 별도의 중화장치를 설치하거나 중화를 위한 화학약품을 사용해야 하는 등 불편하다.
해수전지가 충전하면서 바닷물의 소금 성분 중 나트륨 이온이 이동하고 염소가 생성되면서 바닷물 색이 붉게 변한다(가운데 사진). 또한 염소 성분이 있는 바닷물 속에서 해수전지를 사용하면 염소이온이 나트륨 이온을 만나 중화되면서 다시 소금으로 변한다(오른쪽 사진). UNIST 제공
연구진은 이 기술력에 주목한 울산 지역 기업과 실제 제품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선박 기자재 업체인 동성산기㈜는 UNIST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주관하는 지역 활력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200L급 해수전지 기반 하이브리드 살균·중화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기존 전기분해 기술을 통한 염소소독제 생성 장치에 해수전지를 활용한 신개념 중화 장치를 추가한 것이다. 전기분해로 바닷물을 소독하고, 해수전지에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면서 소독제를 무해한 물질로 중화하는 방식이다.
동성산기 측은 "선박평형수 처리에 대한 국제해사기구(IMO) 협약 기준에 부합하도록 장치를 개발하고 있으며, 추후 규모를 키워 대규모 선박의 선박평형수 처리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하이브리드형이 아닌 해수전지만을 활용한 살균, 중화 장치를 개발해 전력소모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성산기는 UNIST 해수자원화기술 연구센터에 입주해 지속적인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해왔으며, 최근 시제품 제작을 완료하고 판매를 위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양기기 실증을 위한 해수전지는 지역 활력 프로젝트 기반 구축의 성과인 해수전지 제조 파일럿을 활용해 ㈜포투원이 제작, 공급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5일 물 환경 분야를 다루는 국제학술지 'ACS ES&T Water'에 게재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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