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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 먹은 슈퍼커패시터, 성능이 5배 향상

KBSI 문준희 박사, 불소 섞인 그래핀 대량생산법 개발
이 그래핀으로 양극·음극 만들어 슈퍼커패시터 제작
2만번 써도 안정적… 출력밀도 3.2㎾/㎏, 에너지밀도 25.87Wh/㎏

불소 먹은 슈퍼커패시터, 성능이 5배 향상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소재분석연구부 문준희 박사팀이 불소가 많이 섞인 분말형 그래핀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불소도핑용 유전체장벽방전 반응기를 만들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고성능의 슈퍼커패시터 부품을 만드는데 쓰이는 재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법을 이용해 슈퍼커패시터를 만든 결과, 2만번 이상 사용해도 정전용량 손실 없었다. 또한 최대 전력밀도는 상용제품과 비슷한 3.2㎾/㎏에 달했으며, 에너지밀도는 25.87Wh/㎏으로 상용제품보다 5배 향상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소재분석연구부 문준희 박사는 불소가 많이 섞인 분말형 그래핀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 그래핀으로 만든 전극을 이용해 고출력 전기에너지 저장장치인 슈퍼커패시터의 성능을 끌어올렸다.

문준희 박사는 "고성능 슈퍼커패시터에 들어가는 이 재료가 대량생산이 가능해 산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준희 박사팀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석동찬 박사팀은 불소를 섞은 그래핀의 합성과 대량 도핑기술 개발했다. 또 전남대 심욱 교수팀은 이 그래핀으로 만든 슈퍼커패시터 성능을 테스트했다. 쾰른대 최희채 박사팀은 계산화학 기법을 통해 준이온결합이 슈퍼커패시터 성능향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밝혀냈다.

문준희·석동찬 박사팀은 유전체방벽방전 반응기를 이용해 상압에서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분말 그래핀에 직접적으로 불소이온을 결합시키는 건식공정 방식을 개발했다.

유전체방벽방전 반응기는 내부에 일정속도로 진동하는 판으로 설계했다. 이렇게 하면 분말 그래핀을 계속해서 투입시키면서 골고루 불소이온과 섞일 수 있다.

문준희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방법은 현재 산업에서 쓰이는 습식공정이 아닌 건식공정을 이용해 추가공정이 필요없이 불소가 고루 섞인 그래핀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기반의 나노소재는 무게가 가볍고 전기전도도가 높다. 또한 낮은 비용으로 슈퍼커패시터의 전극을 만들 수 있다. 탄소원자간 결합은 전자를 받으려는 성향이 강한 비금속 원소들끼리 전자쌍을 형성하며 만들어지는 공유결합 성질을 띤다.

심욱 교수팀과 최희채 박사팀은 그래핀에 불소를 도핑해 정전기적 인력으로 원자간 결합하는 형태의 이온결합 성질을 띠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유전율이 향상되고 전하저장용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실험과 양자역학 계산으로 증명했다.

심욱 교수는 "실험실 수준의 슈퍼커패시터 소재 합성을 넘어, 산업화의 가능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온라인판에 8월 31일 발표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