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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큰 도움됐다"..언니가 캐디로 나선 박주영

"언니가 큰 도움됐다"..언니가 캐디로 나선 박주영
5일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에서 열린 KLPGA투어 S-oil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박희영-박주영 자매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페어웨이를 걷고 있다. 이날 언니 박희영은 동생 박주영의 캐디로 나섰다. /사진=KLPGA
[파이낸셜뉴스]【 제주시(제주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 "동생 우승 한번 시켜 보려고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중인 박희영(34·이수그룹)이 KLPGA투어 대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5일 제주도 제주시 엘리시안골프장(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s-oil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동생 주영(31·동부건설)의 캐디로 나섰다.

박희영은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을 마친 뒤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 남은 LPGA투어 일정을 포기하고 국내에 당분간 머물면서 손목 부상을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이번 나들이는 온전히 동생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한 것이다.

KLPGA투어서 자매골퍼로 왕성한 투어 활동을 한 경우는 이들 자매가 유일할 정도로 드물다. LPGA투어서는 안니카 소렌스탐과 샤롯타 소렌스탐(스웨덴) 자매를 비롯해 모리야 주타누간과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자매, 제시카 코르다와 넬리 코르다(미국) 자매 등이 있다.

국가대표 출신인 언니 박희영은 KLPGA투어 4승을 거둔 뒤 2008년에 LPGA투어에 진출, 3승을 거두고 있다. 반면 동생 주영은 2009년에 KLPGA투어에 진출했으나 아직 생애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에는 Q스쿨 11위의 성적으로 LPGA투어에 진출했으나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국내 무대로 유턴한 바 있다.

우승은 없었지만 올해까지 무려 12차례의 준우승 기록이 있을 정도로 정상급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25개 대회에 출전, 다섯 차례 '톱10'에 입상하면서 시즌 상금 순위 18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박민지(23·NH투자증권)에게 패해 준우승에 그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박주영이 5일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파72)에서 열린 S-oil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첫날 1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13위에 자리했다. 나란히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 선두에 자리한 이소미(22·SBI저축은행), 김수지(25·동부건설), 김유빈(23·하나금융그룹), 강예린(27·페퍼저축은행), 한진선(24·카카오VX)와는 3타 차이다.

이들 자매는 지난 8월 KLPGA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때 공식 대회 처음으로 동반 라운드를 치르며 관심을 끌었다. 이번에 언니가 동생의 캐디로 나선 계기는 박주영이 마음에 맞는 캐디를 구하지 못하면서다. 박주영은 전속 계약을 했던 캐디와 헤어진 뒤 최근 2개 대회는 임시 캐디를 썼다.

언니가 캐디백을 책임져 준다고 하자 동생 박주영은 뛸 듯이 기뻐했다. 둘은 일단 3일 공식 연습 라운드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다. 그것은 실전에서 효과를 나타냈다. 이들 콤비는 이날 보기는 1개로 줄이고 버디 4개를 잡아 3언더파 69타를 쳤다. 공동 13위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경기를 마친 뒤 박주영은 "언니가 큰 도움이 됐다"고 라운드 소감을 말했다.

박희영은 "동생으로부터 매번 마지막날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왜 그런지 꼼꼼이 체크할 것이다"면서 "아마 이번 대회에서 동생이 전과 달라지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그는 이어 "오늘은 캐디로서 비교적 성공적인 하루였다. 이왕 동생 우승 시키려고 나왔으니 내 덕에 동생이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