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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아무리 화가 나도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찍어선 안 된다. 배우자의 성적 수치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 소송 중인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남성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 원심판결을 깨고 유죄를 선고했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항소2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 50대 A씨에게 벌금 1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A씨는 가정불화로 지난해 8월 아내 B씨가 집을 나가자, B씨를 미행하기에 이른다. 이른 아침 아내가 있는 원룸 창문으로 사다리를 타고 들어갔다가, B씨가 내연남 C씨와 함께 속옷만 입은 채 있는 것을 목격하고 격분한다. A씨는 두 사람을 폭행하고 이들 신체를 휴대전화로 5초가량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휴대폰으로 현장을 찍은 건 불륜 장면을 확인할 목적이었고, 촬영된 장면도 특정 신체 부위가 아니므로 성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두 사람을 폭행해 다치게 한 사실은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두 사람이 속옷만 입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고도 촬영했고, 특히 B씨는 이불로 얼굴을 가리는 등 수치스러움과 공포감 등을 느꼈다는 것이다.
항소심 법원은 "원룸에 침입해 신체를 촬영한 A씨 행위로 (전부인) B씨와 C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매우 어렵다"며 "A씨와 B씨가 이혼 소송 중이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 이유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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