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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구태 답습, 수사력 부족… '정치 사찰기구 변질' 논란까지 [공수처 출범 1주년 (上)]

수사 12건 중 4건 윤석열 관련
손준성 영장 2차례 기각 '망신'
'통신조회' 인권침해 관행 답습

검찰 구태 답습, 수사력 부족… '정치 사찰기구 변질' 논란까지 [공수처 출범 1주년 (上)]
남기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준비단장(왼쪽부터)과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월 2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에서 제막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21일 출범 1주년을 맞는다. 검찰개혁의 결과물로 탄생한 공수처는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대안'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출범 1년 법조계의 평가는 검찰의 구태는 반복하고, 검찰과 비교해 수사력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수처의 문제점과 대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수사 전담 기구로 공수처 설치를 제안하고 이후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2021년 1월 21일 출범했다. 2020년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87대 반대 99로 법안이 통과하며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를 행사해 강력한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을 독점해 검찰에 대한 견제 세력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검찰 권력 쪼개기의 한 축으로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고 검찰의 직접 수사는 6대 대형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사건)로 한정했다. 또 고위공직자는 물론 검찰, 판사 등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해 공수처가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 1년 공수처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수처 지난 1년은 '좌충우돌'이었다고 평가했다. 공수처의 문제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부분이 바로 편향수사 우려다. 법과 원칙, 정의에 따른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집권당에 유리한 수사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선 12건의 사건 중 3분의 1에 달하는 4건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사건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정권 보호처', '윤수처(윤석열 수사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두고 한 로스쿨 교수는 "공수처가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와 반대편에 있는 인사를 수사할 때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공수처는 검찰 견제 기능도 갖는데 현재는 검찰과 공수처의 수장이 손발을 맞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공수처는 대검찰청 감찰부가 확보한 전·현직 대변인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확보하며 '하청 압수수색'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정성 논란과 함께 공수처는 수사력과 절차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고발사주 의혹의 주요 피의자로 공수처 최초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경우 영장이 2차례(체포영장 1회 별도)나 기각되며 망신을 당했다. 또 최근 불거진 통신조회 논란도 적법한 수사 절차였다고는 해도 검찰의 구태를 반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공수처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여러차례 밝힌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김종민 변호사는 "공수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반헌법적 대통령 직속 정치적 사찰 수사기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부패 수사기구라는 당초 의도는 희미해지고 정치적 수사기구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