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업 '보증수표' 된 신보
투자 사각지대 속 '숨은진주' 발굴
한번의 심사로 포괄여신한도 설정
자금 필요할때마다 꺼내 쓸수 있어
덩치 애매한 '예비 유니콘'도 지원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스타트업 보육 기관 프론트원 13층에 마련된 신용보증기금 전용 보육 공간 프론트원네스트. 프론트원을 통틀어 108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프론트원네스트에는 16개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 신보 제공
불과 몇 년 만에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 인프라가 눈에 띄게 나아졌지만,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이나 토스 같은 유니콘 기업들도 초기에는 몇 천만원이 아쉬워 발을 동동 굴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지금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도 18개를 배출한 나라가 됐지만 투자금이 몰리는 데만 몰린다는 비판도 있다. 몇 년 간 성공 모델이 쌓이면서 민간 투자자들이 '안전한' 성공 방정식을 따르는 스타트업에만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신용보증기금은 '사각지대'에 집중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드러나진 않지만 자라면 백조가 될 '미운오리새끼'들을 가장 밑단에서 찾아 기꺼이 마중물이 되거나, 창업기업을 벗어났지만 여전히 투자가 필요한 '중년' 스타트업을 위한 융자에도 힘쏟는 모습이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크레딧라인'
9일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신보는 지난 해 7만 8000여개 창업 기업에 보증과 직접 투자를 포함해 총 20조9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했다. 그야말로 국내 최대 규모의 중소기업 종합지원 기관이다.
그중에서도 신보는 연간 600억원을 스타트업 투자에 쓴다. 신보 손종욱 4.0창업부장은 "신보가 발굴한 기업은 공신력이 생겨 민간 VC 투자 유치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며 "신생 기업, 지방 기업 등 소외된 기업들을 골고루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른 기관과 달리 신보는 기업 지원 방식이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년치 신용보증 한도를 미리 설정하는 포괄여신한도(크레딧라인)를 스타트업 보증에도 도입한 것. 한 번의 심사로 보증 한도가 정해지기 때문에 기업은 한도 내에서는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추가 심사 없이 자금을 꺼내 쓸 수 있고, 대출 기관도 여신 한도를 미리 설정해 탄력적인 여신 운용이 가능해진다.
■제2의 '밀리의서재' 찾아라
신보는 2년 전 개소한 창업 생태계 조성 공간 '프론트원(Front1)'의 13층에 위치한 '프론트원 네스트'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 신보가 직접 보육하는 기업은 16개다. 신보 이주영 서울서부영업본부장은 "신보 지원 기업으로 선정되면 바로 보증으로 연결 되니까 자금을 별도로 유치하려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신보가 도맡은 '성골' 기업으로는 월정액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 업사이클링 패션기업 모어댄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유명해진 협업툴 스타트업 스윗도 고비 때는 신보가 도움의 손길을 줬다.
■예비 유니콘도 빈틈없이 지원
신보는 또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혁신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혁신아이콘' 제도를 3년 전부터 도입했다. 덩치가 애매해 투자 사각지대에 놓인 중견 스타트업들을 지원하자는 스케일업(Scale-up)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매년 10개 내외의 스타트업들이 혁신아이콘으로 선정된다.
유니콘 기업과 상장 기업도 배출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유니콘에 등극했고 바이오 업체 '뷰노'는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국내 유니콘 기업 18개 중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리디(리디북스), 지피클럽, 버킷플레이스(오늘의 집) 등 5개 기업이 신보의 지원을 받았다.
psy@fnnews.com 박소연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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