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로 선박 이용 수출 '0'
EU도 수입 금지 카드 만지작
미국과 서방국의 제재로 러시아의 주요 재정 수입원인 원유 수출이 급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를 논의하고 있어 앞으로 러시아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선박을 이용한 러시아 원유 수출량이 지난 15∼20일 하루 200만배럴에서 거의 0배럴로 줄었으며 아시아 구매국들은 아직 이 감소분에 대한 구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는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을 차지하며 지난해의 경우 원유와 석유 관련제품 수출은 러시아 전체 수출액의 37%에 달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의 절반은 유럽에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러시아 원유 수요가 높아 수입중단 등 제재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EU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가 논의됐다며 이는 EU 내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경제가 러시아와 밀접함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발, 여러 경제제재를 단행해왔다. 석유와 가스 같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제한하는 문제는 최근까지 거의 논의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늘자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EU 회원국 중 러시아 원유 수입금지에 찬성한 것은 폴란드와 일부 발트해 국가에 그쳤으나 최근 지지세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러시아산 원유 전면 수입중단보다는 부분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반 코르초크 슬로바키아 외무장관은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하는 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금지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U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7.42달러(7.1%) 오른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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