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패소' 싸이클럽, 20분의 1토막
상폐 가능성도..빗썸 "유관부서 검토중"
제2의 싸이코인, 루머에 5배 '이상급등'
공식 기사 나오자 급락..투자자 피해 예상
리브랜딩 허점..무리한 '테마 올라타기' 비판도
[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서비스 재개 일정을 수차례 연기하면서 온라인 서비스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싸이월드가 가상자산 시장에도 혼란을 낳고 있다.
그동안 '싸이월드 테마 가상자산'이라고 알려졌던 싸이클럽(CYCLUB)이 서비스 운영사 싸이월드제트와 법적분쟁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는 가운데, 싸이월드제트가 별도의 싸이월드 공식 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식 싸이월드 서비스가 재개되기도 전에 싸이월드코인만 시장에 난립하게 되는 실정이다.
싸이월드 코인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상장돼 있는 가상자산이 종목명과 백서까지 모두 교체하는데도 별다른 심사없이 상장을 유지시켜주는 코인 리브랜딩 제도가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확산되고 있다.
싸이클럽, 20분의 1토막..상폐 가능성도
23일 오전 11시50분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싸이클럽은 4.00% 하락한 21.36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7일 이후 엿새째 급락세다. 2021년 11월 24일 420.10원 최고점 기준으로는 넉달만에 20분의1(-94.7%) 토막이 났다.
싸이클럽의 급락은 싸이월드 발행사 베타랩스와 싸이월드제트의 분쟁이 원인이라는게 시장의 분석이다. 베타랩스는 지난 2021년 3월 16일 싸이월드제트와 코인발행·브랜드명 '싸이'의 사용 등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런데 싸이월드제트가 별도의 싸이월드 코인을 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베타랩스는 가상자산 발행 등 업무방해 금지 등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었다.
그동안 '싸이월드 테마 가상자산'이라고 알려졌던 싸이클럽(CYCLUB)이 서비스 운영사 싸이월드제트와 법적분쟁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는 가운데, 싸이월드제트가 별도의 싸이월드 공식 코인을 공식화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혼란을 낳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베타랩스의 가처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베타랩스가 사전에 약속한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계약을 해지했다"는 싸이월드제트의 주장을 인정하면서 싸이월드제트의 별도 싸이월드 코인 발행 길을 열어준 것이다. 베타랩스 고문 권오갑 변호사는 "가처분 결정 즉시 항고를 진행했다"며 "기존에 제기해 놓은 본안 소송이 있는데, 그 소송의 청구취지를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분쟁과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싸이클럽의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현재 싸이클럽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상태다. 빗썸은 지난 2월17일 "재단의 사업현황 변화에 따른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 이를 위한 방안을 재단과 확인중"이라며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상장폐지를 진행할 수 있다. 빗썸 관계자는 "법무실에서 유관부서와 함께 검토를 진행 중에 있다"며 "내부 심사 기준에 따라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싸이월드의 서비스 이름을 믿고 싸이클럽에 투자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막대한 투자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싸이월드제트, 싸이월드 코인 '싸이콘' 공식화
싸이클럽이 급락한 사이 싸이월드제트는 '싸오콘'이라는 또 다른 싸이월드 코인을 공식 발표했다. 23일 싸이월드제트는 블록체인 기업 코넌코리아의 가상자산 '코넌'을 '싸이콘(CYCON)'으로 리브랜딩해 싸이월드 생태계의 공식 패밀리 코인으로 운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장에서 코넌이 싸이월드 코인으로 리브랜딩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난 15일 15원대였던 코넌의 시세는 22일 밤 11시 기준 79.73원까지 일주일 새 5배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A가상자산 리브랜딩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무리한 '싸이월드 테마 가상자산 올라타기' 시도가 계속되며 가상자산 거래소의 리브랜딩 제도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싸이클럽도 빗썸에 상장돼 있던 가상자산 엠씨아이(MCI)가 지난해 6월 이름을 바꾸는 '리브랜딩'을 해 만들어진 가상자산이다./사진=뉴스1
코넌까지도 리브랜딩을 통해 '싸이월드 테마 가상자산 올라타기'를 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리브랜딩 제도에 대한 지적도 확산되고 있다. 싸이클럽도 빗썸에 상장돼 있던 가상자산 MCI를 지난해 6월 리브랜딩해 만들어진 코인이다.
리브랜딩은 가상자산의 종목명과 백서까지 모두 교체하면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당초 상장심사에서 평가한 사업성이나 시장성 등과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핵심 사업의 가치에 대한 별다른 판단없이 상장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원래 MCI는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표방하는 프로젝트였지만 싸이클럽으로 종목명을 바꾼 후에는 백서의 핵심 내용 자체를 바꿔 '싸이월드의 블록체인 SNS'로 리브랜딩했다. 빗썸 관계자는 "거래소는 프로젝트 측이 리브랜딩 과정에서 관련 공시를 적절히 했는 지와 변경된 내용이 제대로 백서에 반영이 됐는지 정도를 검토할 뿐 리브랜딩 과정에 별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가이드를 주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