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겐슬러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자 보호방안 연구 요청"
"SEC, NFT 증권규정 위반 조사..지난해 디파이 규제"
겐슬러 "부정·조작 규제하면 투자자 신뢰 회복 가능"
[파이낸셜뉴스] 미국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규제 정비가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 혁신에 걸맞는 규제 정비"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디파이(DeFi·탈중앙금융)와 대체불가능한토큰(NFT)에 대한 규제 연구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투자자 보호 정책까지 본격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방향과 강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자 보호방안 연구 요청"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바론스(Barron's) 등 외신들은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최근 위원회에 "가상자산 플랫폼에 투자자 보호 방안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또 증권과 비증권이 함께 거래되는 플랫폼을 SEC에 등록하고 규제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도 요청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펜실베이니아대 캐리 로스쿨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 플랫폼은 기존의 규제대상 거래소들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며 "(가상자산 플랫폼) 투자자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증권회사들과 가상자산 거래소를 동일한 위치에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리 겐슬러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사진)은 최근 위원회 직원들에게 투자자 보호를 가상자산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달라고 요청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캐리 로스쿨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 플랫폼은 기존의 규제대상 거래소들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며 "(가상자산 플랫폼) 투자자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뉴스1
미국 규제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규제를 강조하는 이유는 가상자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규제는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론스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 및 대출 플랫폼에서는 최근 하루 1000억달러(약 121조1900억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가 이뤄질 만큼 덩치가 커졌다.
하지만 중앙화 거래소에서 발생한 도난사건 피해가 지난해 140억달러(약 16조9596억원)에 달하는데도, 피해를 입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은 딱히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일반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직접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 기존 증권거래 시스템에서는 금지된 행위들이 관행처럼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막을 규정도 없는게 현실이다.
겐슬러는 제대로 된 규제가 진행된다면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겐슬러는 "기업이 투자자들을 부정과 조작으로부터 보호하고 시장의 무결성을 보호하는 가상자산 시장을 구축한다면 투자자들은 그 시장에 더 많은 신뢰를 갖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이 속도 제한과 순찰 중인 경찰, 신호등으로부터 이익을 얻었듯 우리 자본시장과 경제는 이같은 규칙으로부터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겐슬러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20년 근무했으며 MIT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해 강의까지 했을 정도로 대표적인 친(親) 블록체인 인사다.
"SEC, NFT 증권규정 위반 조사..지난해 디파이 규제"
SEC는 지난 3월 NFT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한 바 있다. 외신들은 SEC가 최근 NFT 크리에이터와 거래 플랫폼 등을 대상으로 증권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SEC 집행부 소속 변호사들이 조사 대상자들에게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질의서와 소환장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NFT가 일반 주식처럼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SEC의 질의서와 소환장 발송이 모두 기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당국이 NFT 시장을 주목하고 있으며 규제 개입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EC는 지난 3월 NFT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한 바 있다. SEC가 최근 NFT 크리에이터와 거래 플랫폼 등을 대상으로 증권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는 것. 외신들은 SEC의 질의서와 소환장 발송이 모두 기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당국이 NFT 시장을 주목하고 있으며 규제 개입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사진=fnDB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2021년 10월 NFT에 대해 "실제 발행되는 형태에 맞춰 각국 정부가 규제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침을 정한 바 있다. 글로벌 규제당국이 NFT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것은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잦은 논란이 제기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연초 NFT 마켓플레이스 룩스레어가 출범한 직후 단기간에 누적 거래량이 10억달러(약 1조2025억원)을 넘어서며 '자전거래'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전거래는 거래액 부풀리기를 할때 흔히 사용되는 수법이다. 또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에서는 지난 1월 해커의 공격을 받아 약 75만달러(약 9억원) 상당의 NFT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또 오픈시 임원급 인사가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NFT를 사전구매해 수익을 챙겼다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SEC는 지난해에는 디파이 프로젝트에 대한 규제도 공언했다.
SEC는 지난 2월 가상자산 디파이 서비스 업체 블록파이(BlockFi)에 1억달러(약 1217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테라폼랩스 권도형 CEO(최고경영자)에 대해 비공개 소환장을 발부했다가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SEC는 테라폼랩스가 2020년 출시한 미러 프로토콜이 SEC 등록하지 않고, 넷플릭스 테슬라 애플 등 미국 IT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합성자산을 만들어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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