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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34억개 팔린 글로벌 간식… ‘情’ 으로 세계 입맛 사로잡았다 [초코파이 글로벌 매출 5000억 달성]

오리온 초코파이 성공 비결
50년 축적된 제조 노하우에 국가별 특성 맞춰 제품 지속 개발
글로벌 통합 관리 체계 구축해 어디서 만들어도 고유의 맛 유지

1년에 34억개 팔린 글로벌 간식… ‘情’ 으로 세계 입맛 사로잡았다 [초코파이 글로벌 매출 5000억 달성]
1년에 34억개 팔린 글로벌 간식… ‘情’ 으로 세계 입맛 사로잡았다 [초코파이 글로벌 매출 5000억 달성]
1년에 34억개 팔린 글로벌 간식… ‘情’ 으로 세계 입맛 사로잡았다 [초코파이 글로벌 매출 5000억 달성]
오리온 '초코파이'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간식으로 우뚝 섰다. 반세기 동안 우리의 출출함을 달래줬던 '초코파이 정(情)'은 해외로 뻗어나가면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국민과자를 넘어 세계인의 과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50년 가까이 축적한 제조 노하우와 글로벌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별 문화와 트렌드에 발맞춘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덕분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초코파이를 사더라도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국민 간식

13일 오리온에 따르면 '초코파이 정'은 지난해 전 세계를 무대로 502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낱개 기준으로 약 34억개가 필린 것으로, 줄을 세우면 지구 5바퀴를 돌 수 있는 양이다.

1974년에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초코파이는 1997년 중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이후 베트남과 러시아, 인도에 연달아 공장을 지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2017년에는 글로벌연구소를 출범, 연구개발(R&D) 역량을 통합하고, 각 나라의 소비자와 시장 특성에 맞춘 새로운 맛을 해마다 개발했다. 현재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총 26종의 초코파이를 팔려나가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를 가장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는 중국이다. 한국인의 '정(情)'처럼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바로 '인(仁)'이라는 점에 착안, 2008년 말부터 '하오리요우파이(초코파이의 중국 명칭)' 포장지에 '인'자를 삽입하고 있다. 2016년 8월에는 차를 즐겨 마시는 중국인들의 특성에 맞춰 마차(찻잎을 곱게 갈아 가루를 내 물에 타 마시는 차로)맛을 담은 '초코파이 마차'를 출시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최근 중국에서는 '초코파이 딸기'가 전년 대비 58% 성장하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2년 연속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09년부터 현지어로 정(情)을 의미하는 '띤(Tinh)'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친근감을 심는데 성공했다. 베트남도 제사를 지내는데 가장 귀한 것만 골라서 올리는 제사상 음식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포함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러시아는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티타임을 즐기며 초콜릿이나 케이크, 비스킷 등을 곁들이는 문화가 발달돼 있다. 오리온은 러시아의 다차 문화에 착안해 2019년 하반기 '라즈베리' '체리' 맛 초코파이를 내놓은데 이어 2020년에는 '블랙커런트' '망고' '애플시나몬' '크랜베리' 맛 등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러시아는 오리온의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12종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하는 등 오리지널 맛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품들이 추가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끊임없는 조용한 변신이 장수비결

첫 출시 당시 초코파이가 지금과 똑같은 맛을 가진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계속해서 조금씩 변화해왔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아주 우연한 기회로 탄생했다. 1970년대 초 식품공업협회(현 식품산업협회) 주관으로 미국 등 선진국을 순회하던 오리온연구소 직원들은 한 카페테리아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보다가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2년여에 걸친 실험과 개발을 통해 수많은 시제품을 만들고, 실패를 거듭한 끝에 1974년 4월 오늘날과 같은 초코파이가 세상에 나왔다.

다양한 맛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파격적인 시도도 이어졌다. 2016년 3월 오리온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초코파이 바나나'를 출시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일인 바나나를 사용해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식품업계에 바나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17년 봄에는 초코파이 출시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계절 한정판인 '초코파이 딸기'를 내놨다. 마시멜로 속에 넣은 딸기잼의 상큼하고 달콤한 맛과 딸기씨의 톡톡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코파이 딸기는 출시 한 달 만에 낱개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1100만개를 달성했다.

이를 시작으로 오리온은 매년 봄 마다 '초코파이 딸기&요거트' '초코파이 피스타치오&베리' 등을 선보였다. 2019년 11월에는 초코파이 출시 45주년을 맞아 '찰 초코파이'을 출시했고,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넘어섰다.

■원재료부터 동일한 제조·품질 관리

오리온 글로벌연구소는 한국, 중국, 베트남, 러시아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초코파이의 원재료 스펙 및 제조공정, 품질관리 등을 동일하게 유지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만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원료의 기본 배합 비율은 동일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나라별 문화와 특성에 맞춰 제품에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마시멜로의 원료가 되는 젤라틴이다. 기본적으로는 돈피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공통적으로 사용하지만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 수출하는 제품에는 우피 젤라틴을 사용하고 할랄 인증도 받는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 판매하는 제품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로 쓴다.

오리온의 독자적인 기술로 탄생한 초코파이는 일반 비스킷과 달리 특수한 배합 및 제조 과정을 거친다. 출시 직후부터 모양과 포장 디자인을 따라한 제품들이 쏟아졌지만 오리온 초코파이의 독주를 막지 못한 주된 이유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