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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아닌 피해자에 불리한 처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두 번 운다

상하관계와 보수적인 조직 문화 때문
여러 이유로 묵살하는 경우 '대다수'
상담 중 성희롱 피해 30% 가장 높아 
이슈화 되거나 평판 때문에 덮는 경우


"가해자 아닌 피해자에 불리한 처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두 번 운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가해자는 그냥 두고 저를 다른 부서로 옮기겠다고 하더라고요."
수습 첫날부터 남자 부서장과 부서원들이 언어적 성희롱과 괴롭힘 행위를 일삼아 문제를 제기하자 수습 3개월이 끝나고 계약도 종료됐다.

지난 1월 A씨는 외국계 회사의 한국법인 콜센터에서 수습 3개월 포함 1년 계약직으로 근무했으나, 성희롱 문제를 제기하자 연장이 안됐다. A씨는 인사팀에 이를 알렸지만 한 달이 지난 3월까지 조사를 하지 않았다. 재차 신고 하자 팀장은 "가해자가 곧 퇴사할 것"이라는 이유로 묵살하려 했다. A씨가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후에야 회사는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다른 부서로 발령 내겠다고 전했다.

■"너도 문제 있으니 그만두라"…3명 중 1명 불리한 처우
여성노동자회가 전국 11개 지역에서 평등의전화, 고용평등상담실을 통해 취합한 2021년 상담사례 6031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가 29.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피해자 36.6%가 회사 측의 불리한 처우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평등의전화로 상담을 받은 사례 가운데 B씨의 경우 사장의 성희롱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B씨는 갑자기 다른 부서로 발령됐고 업무 공간도 업무도 주어지지 않았다. 성희롱을 당한 후 회사에 신고해 행위자가 해고됐지만 이후 사장이 "너도 건강 문제가 있으니 그만두라"고 말한 사례도 있었다. 회사의 보수적인 문화와 가해자의 특성이 한몫하고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회사라는 조직 자체가 내부 분란이 생기는 것을 기피한다"며 " 조직 문제가 아니라 개인 간 문제로 넘기는 경우가 있다"분석했다. 그러면서 "조직적으로 해결하려면 사건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하니까 가급적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또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희롱이 상하관계에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가 아직 공공이든 민간이든 위계적인 조직 문화가 있어 오히려 상급자를 보호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남성 중심, 보수적인 분위기가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노동청 신고해도 기소율은 10.1%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 31일까지 성희롱 피해자가 직장에서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는 신고는 총 109건 접수됐고 그 가운데 형사소송으로 기소된 건은 11건에 불과하다.

이준우 베이직노무컨설팅 대표는 “사실상 노동청 신고가 유일한 방법”이라며 민사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노동청 신고 또한 바로 형사 소송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불기소 이유로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윤 변호사는 “(예를 들어) 피해자에게 무단 결근, 근무 태만 등 징계가 내려지는 경우 피해자가 ‘나는 근무를 태만히 하지 않았다’ ‘내게 징계 사유가 없다’라고 노동위원회에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신고 건마다 기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며 “엄정한 수사를 통해 공정하게 처리하고, 근로감독관의 역량 강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